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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쿤 나나 Sep 21. 2024

태국에서 오이소박이 담기 2

-할 때마다 다른 맛, 그래도 아러이!!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한국에선 엄마가 해준 오이소박이를 얻어다가 맛있게 먹기만 한 나.

아이가 할머니 음식을 좋아하고 나 또한 힘 안 들이고 '냠냠'만 한 40년이 넘는 세월이었다


태국에 와서는 내가 직접 오이소박이를 담을 나름 큰 각오를 하니 방법도 모르는 내가 참 웃긴다.

나의 영원한 요리선생님 블로그 고수님들을 찾아본다.

가장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선택하고

어설프게나마 따라 해 본다

창고형 대형마트 천일염(혹시나 하는 마음에 번역기로 비춰보고 구입)

첫째 오이를 자르고 끓인 소금물에 절인다. 

원래 오이소박이는 오이를 십자로 자르고 끝 부분은 자르지 않는 것인데 난 쉽게 쉽게 하기 위해 그냥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여기서도 천일염은 여기서도 저렴한 값에 구할 순 있다.

품질이 어떤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쓸만하다.

끓인 소금물에 절여야 오이소박이를 다 먹을 때까지 오이가 무르지 않고 아삭아삭하다.

모두 요리고수의 블로그에서 본 내용들이다.

오이절이기, 양념만들기, 육수내기


둘째 오이가 절여질 동안 양념준비를 한다.

오이소박이의 뜻은 오이에 소를 박아 넣은 것이라 소박이라고 한다고 들었다.

그 속재료인 '소'를 준비한다.

양파 몇 개를 채 썰어두고 부추를 오이크기정도로 잘라둔다

마늘을 다지고 약간의 생강도 다진다.

찹쌀풀을 쑤어서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어느 블로그에서 그냥 찬밥을 갈아 넣어도 좋다고 하길래 요즘은 찬밥을 갈아서 넣는다.

젓갈이 중요한데 한국마트에서 멸치액젓, 까나리액젓을 사서 썼었다.

여기 오래 살았던 주변 엄마들이 팁을 줘서 요즘은 태국의 피시소스(=남쁠라)도 이용한다. 맛도 뭐 비슷하다.

아무래도 한국마트의 제품들은 수입품이다 보니 가격대가 태국제품의 비해 높다.

준비해 둔 '소'들을 큰 볼에 넣고 잘 썩어둔다. 양념도 간을 보는 게 좋다.


셋째 오이가 절여지면 한번 세척하고 물을 뺀다.

오이가 잘 절여졌는지 확인은 오이가 부드럽게 휘어지면 잘 절여진 것이다

너무 짤 수 있어서 한번 물에 헹구면 좋은 것 같다.

채반에 받쳐 물을 뺀다.


넷째 볼에 오이를 넣고 양념과 버무린다.

부추, 양파도 빼먹지 말고 같이 버무리고 보관할 용기에 나눠 담는다.

보관은 김치냉장고나 냉장고...

생각보다 쉽다

물론 뒤처리할 과정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든든한 반찬 한 가지 마련해 놓으니 뿌듯하다.

태국 피쉬소스와 한국 멸치액젓, 엄마가 직접 재배한 태양초 고추가루, 그렇게 탄생한 소박한 오이소박이


좋은 이웃에게도 나눠주려고 조금씩 소분

40대 주부가 오이소박이 만든 게 무슨 대단한 이슈는 아니다.

그런데 내 인생에서는 큰 이슈?

난 막내였고 어릴 때 심각한 아토피피부염으로 고생을 했고 지금도 내 몸 어딘가는 그 아토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럼에도 늘 일을 하고 내 삶을 살아낸 나였다

우리 엄마는 피부가 아픈 나에게 웬만하면 집안일은 시키지 않았다

그저 안쓰러우셨던 것 같다 시켰다가도 안 되겠다 싶으셔서 본인이 하시곤 했다.

그리고 엄마가 해준 게 맛있어서 늘 얻어다 먹었다

그런 내가 40대 중반에 타국에 와서 혼자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레시피를 찾아보고 오이소박이를 담았다

소소한 일상의 일일 뿐이지만 내 인생의 처음 하는 경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또 사회생활을 하고 지금 태국에 와서 처음 하는 경험이 쌓여간다.

이제는 경력자가 되어가는 주부이고 또 내가 되어간다.


다행히 오이소박이는 그럭저럭 맛이 있고 우리 가족도 나도 기분이 좋다

그거면 됐다. 역시 한국인은 어디 있어도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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