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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야 Jun 23. 2023

교육의 탈을 쓴 정치 (2)

정치권의 일타 강사 물어뜯기를 바라보며


내가 이 주제로 글을 두 편이나 적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글 쓸거리를 주신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님께

아주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능을 열심히 물어뜯던 분들이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껴서일까.

갑자기 사교육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강사들이 창의적인 사업가라기보다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이며

이들이 100억, 200억을 벌어들이는 것은

범죄이자 사회악이라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교육 시장을 이해하지조차 못한,

그들이 싫어하는 공산주의자와 다를 바 없는

무식하기 그지없는 발언이다.


묶여서 24시간동안 현우진 인강 시청당해도 할 말 없다.



아니,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취지의 발언이

어째서 무식한 발언이냐고?

하나하나 뜯어보자.




1타 강사 연봉 100억은 범죄인가?



일단 사상검증부터 하고 가겠다.

대한민국의 사교육비 지출은 과도한 것이 맞다.

엥? 뭐야?

그러면 왜 위에는 저렇게 신랄하게 까놓았냐?



이들의 연봉 100억은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메가스터디 홈페이지를 들어가보자.

올해 11월말까지 모든 강좌를 최대 77만원에 들을 수 있게 한다.

심지어 대학에 붙으면 환급까지 해준다.



이제 우리 집 앞 보습 학원 전단지를 보자.

하나만 다녀도

한 달에 20만원은 훌쩍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파 알러지가 있지 않은 이상

누구라도 인터넷 강의를 들을 것이다.

동네 학원보다 훨씬 싼 가격에,

대치동 1타 강사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 사교육 수강생들의 수요는

1타 강사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소비자의 당연한 선택이니까.




사교육 강사, 사업가인가 노동자인가?




그렇다면 사교육 강사는 과연

그 수요가 몰리는 것에 대한 값어치를 할까?



만약 이철규 사무총장 말대로

사교육 강사가 단순 노동 제공자라면

이러한 연봉을 받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학교 선생님이나, 화면 속 1타 강사나

동일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받는 돈이 다르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그러면 이들이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가 동일한가?

당연히 아니다.



당장 고등학교 수업 시간을 가서 들어보자.

선생님이 수업을 하는 동안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교재를 푸는 학생도 더러 있다.

아니, 사실 꽤 많다.

심한 경우에는 이어폰 꽂고 수업 시간에 인강을 듣는다.



왜겠는가?

교육 서비스가 제공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비단 사교육 강사 뿐만이 아니라,

학교 선생, 과외 선생 등등

교육을 하는 사람 누구나

제공하는 문제의 양과 질이 다르고,

그에 대한 풀이 방법 등의 설명이 다르고,

학생과의 교감 정도도 다르다.



즉, 사교육 강사가 '단순 노동 제공자'라는

이철규 사무총장의 발언은

교육의 특성조차 이해하지 못한

무식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와

양질의 교육을 공급할 수 있는 공급자들의 공급 능력이

시장 경제 아래에서 만나는 것이 과연 문제일까?



이를 부정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이야말로

본인의 당이 그토록 싫어하는

'빨갱이'가 아니면 대체 무엇일까?




문제는 대학 서열이야, 이 바보야



다시금 말하지만,

나는 지금의 비대해진 사교육 시장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지금 시점 대한민국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과해도 너무 과하다.

아이를 낳는 것이 비정상으로 보일 정도로.



그렇다고 그것이 '사교육 시장'을 부정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사교육 강사는 공급을 했고

학생은 수요를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그러한 수요와 공급이 일어나는

원인을 찾아 끊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원인을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대학 서열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학 서열은,

킬러 문제 몇 개 없앤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올해 수험생들 수십만을 제물로 바쳐도 사라지지 않는다.

평가원장과 교육부 국장을 자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교육 정책은 참여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된 만큼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접근해야 하는 분야이다.

설령 급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세부적인 대책을 미리 마련하고 들어가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대의명분만 있을 뿐

세부적인 대책 하나 없이

평가원 탓, 교육부 탓,

이제는 사교육 탓, 일타 강사 탓.



제발 생각 좀 해라, 생각 좀.

생각하라는 말이 그렇게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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