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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n 05. 2024

내 인생은 나의 것

47세의 도전

  목숨을 걸고 사는 사람, 밖으로 향하는 순간 넘어야 할 산들이 끝이 없다. 그래도 가야 한다. 장애란 불편할 뿐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불굴의 의지로 뜻을 이룬 이범식 교수. 유퀴즈 '해내야죠'편을 보다 알게 되었다.  22세의 피 끓는 청춘에 전기 기사로 일하던 중 감전사고로 양팔과 오른쪽 다리마저 절단하여 후천적 장애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수많은 역경과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47세의 나이로 대학공부에 도전하여 58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수가 되었다. 그가 지나온 눈물겨운 사연들이 화면 가득 담기며 감동을 전해주었다.


  남겨진 것이라고는 왼발 하나. 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겠나. 이리 살아서 무엇하나. 하지만 어느 날 하얀 눈이 밤새 내린 것을 보며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살아보자 마음을 다잡았다 한다.

병실에 누워 밖을 보니 눈이 내리는데 눈이 땅에 떨어지자마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내 인생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잠이 든 후 새벽에 밖이 환한 것을 느껴 눈을 떠봤더니, 눈이 더 내려서 바깥이 온통 하얀색이었어요.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잘 모르겠지만 한번 살아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은 맨 먼저 밥을 먹는 것이었다. 하나 남은 왼발로 가락을 잡는데 1개월, 젓가락을 잡는데 6개월이 걸렸지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내속도에 맞춰 먹을 수 있어 행복했다 한다. 어머니께서 담그신 김치가 그렇게 맛있었다며 행복 가득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 왜 내가 눈물이 나는 걸까.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글씨연습을 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학업에 도전한 것이다. 오직 남은 발 하나로 은 나이에 시작한 만큼 몇 배로 노력했다고 한다.




  47세!

47세에 방송대 교육과에 입학했다. 3학년이 되며 청소년교육을 전공했다. 발단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기초교육만을 받고 46세에 별다른 준비도 없이 시작한 학생상담자원봉사자의 길이었다. 아무리 봉사라 할지라도 초. 중. 고를 다니며 학생들 앞에 서는 것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무엇인가 채워야 나누어 줄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작한 공부였다. 곤궁하여 못 배운 것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이 미친 듯이 공부를 했다. 얼마 되지 않학비였지만 장학금과 4년 성적우수자는 나의 자존심을 채워주었다.  


  문제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현실은 아내이며 엄마이며 칠 남매 맏며느리인 내게는 가당치도 않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4년의 결실로 만족해하며 청소년 상담사로서 당당하게 초. 중. 고를 누비며 학생들과 눈을 맞추었다. 50세가 훌쩍 넘어 우여곡절 끝에 봉사자가 아닌 00 초등학교 상담교사를 끝으로 그만두었지만 돌아보면 10여 년의 그 시간들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찬란했던 시간들었다. 누리지 못했던 청춘을 되돌리며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시기가 을 것이다. 있었으면 좋겠다.




  부인의 뒷바라지 속에서 학업에 정진하여 결국에는 박사학위까지 받으며 교수가 되었다니 그의 대단한 의지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비장애인이어도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하물며 불편한 몸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다니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것이 가슴에 와닿았다. 잡을 팔이 없어도  버스를 오르내리고, 걸어야 하고, 필기를 하고,  밥을 먹어야 했다. 그 어려운 길을 넘고 또 넘어 당당하게 교수로 서 있는 모습.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라 해야 할까.


  누구나 쉬운 길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인이 뜻한 바를 위해 최선을 아니 죽을힘을 다해 달려보았을 때 미련도 후회도 남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내 앞을 가로막는 장벽은 존재하고 그것을 넘어섰을 때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순간이 되기도 다. 오직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오늘도 힘차게 나아가기를. 한 번밖에 없는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기적은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나 스스로 내가 그렇게 살아온 것도 기적이고 행운이었다고 명명해 본다. 오늘의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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