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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비엔 Feb 29. 2024

외국인에게 냉면을 대접하는 방법

글을 잘 쓰고 싶을 때

글쓰기는 어렵다.  보통은 잘 쓰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쓰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쓰고 싶은 것일까.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이 때로는 가벼운 일상일 수 있지만, 가끔은 진지하고 꼭 내가 설명해야 하는 사명감이 있는 것일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잘 쓰고 싶어 진다. 


잘 쓰고 싶을 때는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온다. 내가 잘 아는 것이 맞는지, 잘 쓰고 있는 것이 맞는지 두렵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글 잘 쓰는 법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내가 아는 것. 경험한 것이다. 



질 쓴다는 것은 내 경험을 독자의 경험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마치 한국음식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한국음식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은 한국음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기후에서부터, 음식의 재료인 특산물로 시작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이론적으로 써야 하는 책들도 있지만, 음식을 설명할 때는 맛에서 시작해야 하고, 맛을 봐야 비로소 궁금해진다. 


외국인들에게 냉면을 대접하는 방법

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음식을 대접할 때 냉면을 만들어주기를 즐긴다. 차가운 냉면은 외국인들에게 생소한 음식이라서, 강렬한 기억을 주기에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낯선 차가운 냉면은 항상 반응이 좋지 않았다. 한국사람들이 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개운하게 먹는 냉면의 기분을 설명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론서나, 대학 교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글쓰기는 외국인에게 냉면을 대접하는 것이나 같다. 더운 여름날 힘든 하루를 보내고 가족끼리 고깃집에 가서 배부르게 먹고 시원하게 냉면을 들이키는 기분을 설명해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난 후에, 지역마다 각기 다른 맛의 냉면이 있다는 것, 고기로 실컷 식사를 한 뒤에 냉면으로 마무리를 하는 기분을 알아야 낯선 냉면의 맛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눈 내리는 길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육수를 마신 후 먹는 겨울냉면과, 어릴 때 엄마가 잘게 잘라주는 냉면은 먹은 기억,  비빔냉면과 물냉면 사이의 갈등까지를 설명해 주면 냉면은 경험이 된다. 

이후에  냉면을 사랑하게 되면, 그때 냉면의 면이 쫄깃한 이유와 면을 만드는 재료, 육수를 만드는 법은 알려주기도 전에 물어 올 것이다. 


글쓰기에서는 어차피 모르는 것을 쓸 수는 없다. 내가 지나왔던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험이 독자의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독자의 손을 잡아끌어 내 기억의 순간으로 데려올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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