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카가 얼마 전 항공운항과에 합격했다. 스스로 진로를 정하고 주말마다 하루종일 학원에 머무르며 노력했던 시간을 알기에 온 가족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5살 꼬마 시절부터 보아왔던 조카가 착하게 자란 것도 감사한데, 원하는 대학에도 붙었으니 내 자식 일처럼 자랑스럽고 기뻤다.
오늘은 축하파티를 하기 위해 조카네 집을 방문했다. 면접 보고 합격을 어느 정도 예상 했냐는 질문에 조카는 예상외의 답을 내놓았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다리를 모으고 앉아야 하는데 벌리고 앉았고, 모든 질문에 버벅거렸으며, 바보 같이 웃기만 했다고. 면접 끝나자마자 망했다는 생각에 엄마에게 전화해서 엉엉 울었고, 하루 종일 굶었지만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밥도 안 먹고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단다.
면접 차림으로 울고 있는 조카에게 택시 기사님은 단번에 오늘 항공운항과 면접 본 학생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이렇게 말해주었다.
“내가 이 동네에서만 택시 수십 년 째라서 아는데, 학생 같은 인상은 백 프로 합격이야! 무조건 붙으니 걱정 말아!!”
그의 말은 부드러운 손수건이 되어 시조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바로 그 순간 우리 조카가 가장 듣고 싶고, 필요했던 말이 아니었을까.
이기주 작가는 보편의 단어에서 말했다.
어떤 이는 불안으로 물든 마음에, 타인에게서 건네받은 위로와 응원을 한가득 쏟아붓는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말이 귀로 흘러 들어오면 마음을 어지럽히는 두려움의 농도를 묽게 만들거나 아예 밖으로 내쫓을 수 있다.
지난 3년 간 하고 싶은 것 참아가며 노력했음에도 한순간에 원하는 대학에 떨어질 수 있겠다는 불안의 파도가 조카를 덮칠 때, 눈부신 햇살처럼 나타난 택시 기사님은 결과를 기다리는 3주간 조카가 마주해야 했던 불안의 군단을 절반은
무찔러 주었다. 때로는 가족보다도 타인의 응원과 위로가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오늘 내가 스친 누군가는 면접을 마치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 수도, 모진 말들로 상처가 벌겋게 벌어진 채로 걷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내가 그들을 위해 잡아준 문이, 다정한 말 한마디가 휘청이는 이들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때로는 굉장한 위로가 아니라도 소금 알갱이만 한 따스한 위로만으로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도 하니까.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말.
“당신은 백 프로 합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