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산업화가 필요합니다.
이제는 농촌입니다.
해외에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생활물가가 오르는데, 우리 농가에서는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폐기하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는 마트에 갈 때마다 월급의 무상함을 느끼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먹을 것을 태우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아무리 전기차를 잘 만들고 반도체를 잘 팔아도, 러시아가 밀 수출을 막아서 저녁에 빵 한 조각 사기 어렵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다수를 위한 생필품을 '국부'라고 불렀습니다. 생필품 중의 생필품은 식량이니, 우리나라가 국부를 늘리려면 농업부터 다시 조직해야 합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기업농이 필요합니다. 거대하고 효율적인 기업농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영농을 대체해야 합니다.
기업농과 적절한 국가보조금을 결합해서 농촌을 다시 산업화한다면, 우리는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고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제 막 농촌을 도시로 개발하고 있는 나라들에 식량을 공급하는, 새로운 수출 전략을 시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토지와 농촌 민심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자잘하게 토지를 소유하는 바람에, 기업이 대규모 토지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농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의 무분별한 보호 덕에, 우리나라 농민은 경쟁에서 멀어진지 오래입니다. 한 대기업이 스마트팜 단지를 만들려고 할 때, 농민은 경쟁력으로 승부하기 보다 정치적 힘으로 단지를 철회시킨 적 있습니다.
우리가 국부를 늘리려면 이 두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럴 힘을 가진 건 역시 정부입니다. 정부가 부채를 늘려서라도 지방 토지를 수용하고 기업에 임대해야 합니다. 지방에 한해서 공공임대제를 시작한다면, 정부는 농촌 산업화가 초래할 불로소득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일 것입니다. 기업은 정부 하나만 상대하면 큰 토지를 빠르게 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협상 대상은 적을수록 편리합니다.
정부가 농촌 산업화를 주도한다면 기존 농민을 설득하기도 좋습니다. 정부는 기업농이 기존 농민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거나 지분을 나눠주게 할 수 있습니다.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기존 농민이 이걸로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지역 소멸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하면 정부 주도 농촌 산업화에 협력하는 편이 이익일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산업화를 주도해 놓고 그 혜택 대부분을 민간기업에 넘겼습니다. 물론 그 조건으로 정부는 주요 기업에 보이지 않는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위험의 사회화와 이익의 사유화를 방치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합니다. 정부가 기업농이 활약할 무대를 만들어주고 그 대가를 확실히 받아야 합니다.
이런 조건으로 농촌을 다시 산업화한다면, 우리나라는 생활물가를 낮추고 국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역장벽이 다시 세워지고 있는 만큼, 우리가 먹을 것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제조업 강국은 농사도 잘 짓습니다. 지금까지 첨단 제조업에만 주목했다면, 이제는 경제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