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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y 22. 2024

콩나물 자라듯


매일 무언가 꾸준히 해낸다는 것은 때론 노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방학이면 늘 외갓집을 다녀온 국민학교 시절이다. 참 신기한 것을 보았다. 할머니는 바짝 마른 콩을 커다란 대야에 물을 가득 담고 콩을 불렸다.   물에 하루쯤 불렸다. 콩나물시루에 불린 콩을 넣고 까만 천으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게 덮어둔다, 마루 위 시루에는 물바가지가 있어 오고 가며 누구라도 지나가다 물을 한 바가지씩 까만 천에 붓는다. 난 궁금해서 자꾸 까만 천을 들춰본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틀 삼일이 지나도 그대로다."이게 뭐야?" 하고 의구심이 생기는 사일째 콩에서 아주 작고 하얀 뭔가가 툭하고 튀어나왔다. 벌레같이 작고 하얗다. 방학 동안 매일 쳐다보는 콩나물은 참 더디게 자라는 것 같다. 그런데 한번 움을 틔운 콩나물은 날마다 쑥쑥 자란다. 보는 맛이 지대로다. 신기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물을 준다. "빨리 자라라'노래를 하면서 그러다 어느 날 아침상에 콩나물국이 올라온다. 우리가 키운 그 콩나물이 반찬이 된 거다. 어린 맘에 얼마나 신기해고 재밌었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이쁜 기억이다. 


글을 매일 쓴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때론 뭐 하고 있나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땐 어쩌면 나도 콩나물 자라듯 자라고 있을 거야. 느리게 자라는 콩나물일 거야. 위로해 본다.





1) 원문장 


- 김호연,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한 번쯤 잘될 수는 있어도 꾸준히 잘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것은 시나리오 쓰기뿐 아니라 모든 창작과 일의 근본 생리다. 그리하여 말하자면 나는 시나리오를 배우는 것보다 일을 배우는 게 우선이어야 했다. 



2) 나의 문장


어쩌다 한번 행운의 여신이 손들고 맞이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날이 지속되는지 지켜보겠다는 여신의 오디션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겨우 1차 관문 통과이다. 최종 결과까지는 아직 길이 험하다. 간사한 마음으로 미리 축배의 잔을 들지 말자. 늘 시작하는 첫 마음을 기억하자.


아우 왜 이렇게 사는 게 어려운 거야. 사는 대로 그냥 마구 살면 안 되나? 정성껏 살라고 교육받은 탓에 어설픈 수고만 하는 거 아닐까? 콧물이 줄줄 흐른다. 코 닦고 또 공부하자. 쳇. 





#콩나물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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