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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un 03. 2024

3-1 통제와 과신


통제와 과신


 운전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운전실력을 평가해달라고 질문하자 95퍼센트의 사람들이 “평균이상” 이라는 대답했다. 


 제임스 몬티어는 자신의 책 <<투자하는 마음>>에서 과신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과신은 지나친 낙관주의에서 파생되는데, 운전자의 95퍼센트가 자신의 운전실력을 “평균이상”이라 생각하는 것도 지나친 낙관주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전문 펀드매니저도 사정이 다르지 않은데, 펀드매니저 600명에게 투자 성과를 묻자 74퍼센트의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실적을 “평균이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중 90%는 2008년 금융위기 바로 전까지 주식을 매수하라고 부추겼다. 


 낙관주의와 자기 과신은 남 이야기 아니다. 쉽게 생각해서 게임에서도 자기 과신 편향이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팀 게임에서 흔히 보이는 “남 탓”도 자기 과신의 일종이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기 때문에 패배의 지분을 타인에게 전가한다. 자기 과신이 심해질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다. 바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까지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하지만 정작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소홀하다. 투자자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주식을 매수하기 전까지의 과정이다. 매수하고 난 뒤의 결과는 투자자가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과정과 결과를 반대로 실행하고 있다. 과정에는 소홀하고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 정말 최악은 어떤 종목을 매수하는지조차 모른 채 매수를 하고,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면 그제서야 기업에 대해서 살펴본다. 매수를 결정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은 투자자의 통제 아래 있다. 그 부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매수 이후에 결과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없다. 단지 매도 타이밍만을 결정할 뿐이다.


 많은 투자자는 수익을 거둔 투자는 자신의 실력이 좋아서 얻어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남 탓을 한다. 연준 탓, 금리 탓, 전쟁 탓, 경제 탓, 기관 탓, 외국인 탓, 세력 탓, 뉴스 탓 등 그 종류도 수없이 많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행운에 속지마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패를 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성공을 운이라 여기는 사람은 없다.” 


 통제할 수 없는 결과까지 통제하려고 하지만, 정작 통제할 수 있는 과정에는 무심한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주어진 결과에 굴복하고 안주하라는 말이 아니다. 주어진 결과는 결국 자신이 쌓은 과정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으로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역사가인 폴 케네디는 <<강대국의 흥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류 역사의 거대한 리듬은 정치와 경제의 전 지구적인 그물망에서 압력이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방출된 결과다.” 


물리학자인 마크 뷰캐넌은 폴 케네디의 이러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역사의 동인에 관한 그의 이러한 견해에는 “위대한 개인”들의 영향이 들어갈 자리가 별로 없어 보인다.”


 우리는 한 개인이 역사를 바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 개인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공산주의 혁명이 없었을까? 히틀러가 1차대전 전투에서 부상이 아닌 전사했다면 2차대전은 역사속에 존재하지 않았을까? 유대인 학살은 없었을까? 고르바쵸프가 소련 최고 권력자가 아니었다면 냉전은 끝나지 않았을까?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손실을 마주한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 앞에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적다. 그렇다고 냉소적으로 세상을 대할 필요는 없다.


 워렌 버핏도 그의 투자 인생을 돌아보면 손실로 끝난 해가 많다. 그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잃을 때 적게 잃고 벌 수 있을 때 크게 버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이 결과를 통제하려고 애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적어도 지금의 버핏만큼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모든 매매에서 이길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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