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윤혜준 -
책은 근대문명의 키워드인 말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책을 이해하려면 두가지 '근대문명'과 '키워드'에 대한 정의부터 필요할 것 같다.
키워드는 영어 원어 그대로 번역하면 열쇠가 되는 말을 뜻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키워드의 시대는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이며 그 중심축은 18세기
그리고 공간의 배경은 영국이다.
18세기에는 어떤 요소들이 열쇠되는 말이 영국이라는 공간에서 발원했을까?
저자는 근대문명이라고 할 때 중요한 요소를 영국에서 발원한
의회정치, 시장경제, 자유출판시장, 제국주의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요소들을 중심으로 영국 주요 사상가들,
존 로크, 데이비드 흄,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윌리엄 셰익스피어, 존 밀턴의 말을
인용해 키워드 역사를 살펴본다.
책에서 다루는 근대용어는 근대문명의 중요한 요소의 키워드를 선별하여 구성되어 있다.
굳이 그 범주를 나눠보자면,
의회정치의 요소에서 헌법, 민주주의, 자유, 법, 대통령, 혁명, 개혁, 유토피아를
시장경제는 비즈니스, 자본주의, 경쟁, 소비, 환율, 산업, 기계, 프로젝트, 교통을
자유출판시장은 계몽주의, 대학, 자유, 합리적, 리뷰 등의 말의 역사를 다룬다.
물론, 각각의 요소를 설명하는 것 같지만 의회정치, 시장경제, 자유출판, 제국주의는
모두 연결되어 근대문명을 발현을 촉진하여 발전한 것이지 개별적인 요소로 판단할 수 없다.
그리고 위 용어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에
체제, 제도, 문화, 가치, 정서 등 우리의 모든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근대용어를 조사하고 탐구해보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이야기, 서사, 의의를 역사의 흐름에서 따라가 보는 것은 나름 의미있는 시간일 것이다.
키워드로 선정된 근대용어가 모두 다른 나라에서 들어왔고
사관의 차이로 동양과 서양의 용어의 인식이 다를 수 있고 한자어로 옮겨와 사용되고 있고
특히 메이지 시대, 막부와 천황의 시대를 살아온, 민주주의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일본인들의 사고가 투영되어 번역된 단어들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잘못된 번역어가 올바르지 못한 형식을 만들고
위험한 변천을 통해 민주주의, 대통령의 권력과 권한을 다르게 해석해 버린 것.
그 예가 메이지 시대 일본인들이 옮긴 대통령(President)이다.
대통령은 라틴어 'praesidens'는 한조직을 대표하는 행위이지 다스린다는 뜻은 없다.
우리에게는 권력적 속성이 더 강조되고 그 권력이 대한민국의 정점이라고 느껴지는
대통령의 단어는 실제 의장, 대표 정도의 느낌이 역사적으로도 용어적으로도 맞다는 것이다.
(미국도 뭐... 아메리카의 주연합 의장 정도로 해석)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표나 대한민국 의장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면 어떨까 싶다.
그럼 조금이라도 권력의 속성이 재정의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주는 선거가 있었다. 4년마다 양쪽의 동네를 시끄럽게 하는 총선.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데
샤를 드 몽테스키외의 말을 빌리자면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인민이 어떤 면에서는 군주고, 다른 면에서는 백성"이 된다고 하는데
나는 인민은 선거일에 군주고 다른 날들은 백성으로 해석한다.
민주 체제에서 군주의 지위를 누리는 인민은 체제를 제대로 유지하려면
높은 도덕성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정지적 미덕이란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공익을 중시하는 심성과 제세를 의미하고
이를 샤를 몽테스키외는 이것은 오로지 교육을 통해 "법과 조국의 대한 사랑"을 심어줄 때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4.10일 총선에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는지
선거에 출마한 인간들은 높은 도덕성과 법과 조국에 대한 사랑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이런 관점이 관철되었다면
국민들을 상대로 정부의 대변인, 공인으로 했던 발언들을 되짚어 보면
우리 동네 국회의원 당선자는 스스로 출마에 대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democracy의 뿌리인 고대 그리어 demokratia는
'demos(평민, 인민)'와 'kratia(지배, 통치)'가 결합된 형태로
말의 형태 그래도의 뜻은 평민/인민의 지배'다.
평민/인민이 지배가 가능한 민주주의의 진정한 날은 선거 딱 그 하루밖에 없다.
나머지는 그 선택에 따라 (샤를 드 몽테스키외 인용)
법과 규칙없이 한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 기벽에 따라 전체를 다스리는 폭정에 체제일지
최고 권력을 일부가 소유, 부유층만 고려하는 과두, 귀족체제일지
최고 권력을 인민이 한 몸을 이루어 소유하는 형태의 민주체제일지 결정될 것이다.
민주 체제에서 인민은 지배받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하는 주권자이기도 하다.
이런면에선 인민의 주권은 군주의 특권과 유사하다.
그래서 선거는 중요하다.
우울한 동네 선거 결과에 실망하며.. 2024. 4. 13일 화창한 봄날 오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