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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당주민 Apr 28. 202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All the Beauty in the World - 패트릭 브링리 -

어느 날, 아니 본인의 결혼식 날에 암으로 투병하던 친형이 세상을 떠나는 비극으로

작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지독한 무기력감에 빠진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마음 먹는 것으로 책은 출발한다.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숨는다는 행위를 두고오랜 시간 고민에 빠진다. 

숨다는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몸을 감추거나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숨는 다는 것은 어떤 잘못된 행위를 무책임한 행동의 결과로 인식하기 쉽다.

숨는다는 것에 대한 행위는 우리의 문화에서는 무책임이다.



머리 속에 언제인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신문에 실린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의 인터뷰 글이 기억났다.

스타강사에서 인터넷 사교육 서비스를 시작하고 

사교육 업체 최초로 코스닥 상장까지 시킨 메가스터디의 대표다. 

그는 1990년대 초 그는 아내와 아들딸이 탄 택시 교통사고로 9개월 사이 

두 자녀를 차례로 저 세상으로 보냈다고 한다.

아마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작가만큼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손주은 대표는 작가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는 “당시 고통을 잊기 위해 주 60시간의 살인적 강의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정말 미친 사람처럼.


그 누군가를 가족이던 친구이던 죽음으로 안녕을 고한다는 것은 분명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다.

슬픔의 강도를 논하기는 어렵다. 이제 남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작가와 손주은 대표의 선택은 각기 다른 문화에서 선택된 의미로 이해가 된다.

슬픔 앞에서의 선택을 문화의 결과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는 것인지 잘 알겠지만

그렇게 생각이 든다.


직장을 다니고 동료분들이 여러 이유로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하는 것을 봐왔다.

그 이별은 그 분들을 어디 먼 곳으로 숨기지 않았다. 

공통적으로 대부분은 그들이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손주은 대표와 같은 광기는 없었지만

다시 일상으로 약간의 노력을 통해 돌아왔다. 

내면의 슬픔과 상실감은 외부로 표출하지 않았다.

그들의 삶의 방향은 일상으로 돌아와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삶의 힘을 잃어버렸더라도 선택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가 특별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 주변에 어느 사람도 뉴요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뉴욕 한복판 엠파이어 빌딩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승승장구를 꿈꾸며 커리어를 쌓아가던 작가의 선택을 우리에게 하라고 하면

거의 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곳, 

어릴적 1년에 몇 번씩 어머님을 따라 갔던 시카고 미술관에서의 모험,

어머니와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갔던 기억, 그림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충분히 경험한 곳

그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함께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

그리고

완벽한 고요가 건네는 위로를 받으며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뒤엉켜 있는 내면을 삶을 자라게 하는 것이

작가가 

이곳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책의 결과물을 만든 것 같다.


푸른 제복을 입원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며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여정이

잘 그려진 책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아니더라도 정말 힘들고 살아가 힘을 잃어버리는 무기력한 상황에 마주친다면 일상에서 뼈와 살을 갈아 넣는 방식이 아닌 잠깐이라도 숨어 삶의 의미를 차분하게 다시 발견해 보고 극복해 보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난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지만

실행을 어떻게 할지도 머리속에 있지만

그럴 용기는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아닌 생각조차 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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