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여객기 폭발
24년도는 12월 밖에 기억이 남지 않을 것 같다.
일년 12개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12개월의 기억은 12월의 이 한달의 순간으로 모두 잊혀진 것 같다.
12월 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이라는 미친 짓을 봤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라며 머리로 가슴으로도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12월 2일 10시에 잠이 들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
아침에 카톡에 쌓인 글들을 보며 찌라시인가 순간 의심했다.
그날 밤 온전히 잠을 잔 사람들이 위너라고 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나다.
그리고 몇 일전인 29일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가 폭발했다. 181명 중 1789명이 숨졌다.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 중 최대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또한 사고가 한참 지난 시점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눈가를 찡그리며 뉴스를 봤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죽음 사람들의 명복을 빈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다.
연말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즐기기 위해, 대학입시를 마친 노고에 감사한 여행, 지친 삶을 위로 받기 위해.
기억해 보면 한강이 한국 첫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파리 올림픽이 있었고,
의대정원 문제로 시끄러웠고 여당이 참패한 (참패는 아닌 듯 싶다. 108석이라는 인공호홉기는 달았으니)
22대 총선도 있었다.
트럼프가 암살 위협을 이겨내고 대선을 승리했고 미국 경제만 호황인 해였고, 비트코인은 미쳐 날뛰고 있다. AI는 매일 신문지상을 뒤 덮었던 한해 이 모든 일들은 12월 2개의 사건 사고로 묻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큰 결정을 한 한해이다.
회사를 이직했다.
현대그룹에 입사해 LG전자, LG애드를 거쳐 다시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작은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고민이 많았다.
대기업에서만 있던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디가서 어디 다닌다고 어떻게 이야기할까?
어디 다닌다고 하면 뭐하는 곳이냐 어디에 있는 곳이냐
이런 질문들에 매번 똑같은 답을 몇번이나 반복해야 할까?
대기업 어디라면 굳이 많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 거기서 뭐하냐 정도.
이제 매번 얼마나 새로 옮기는 곳을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잘해 보려고 한다.
이곳에서 상장이라는 큰 목표를 이루고 나면 지금 내 고민 모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5년도는 불행한 일보다 희망이 가득한 한해가 되기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