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찬 Oct 29. 2023

신해철

Shin hae chul (1968.05.06-2014.10.27)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and love. I still believe in these words. Forever."


빠르게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발 맞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 기어코 시대를 뛰어넘는 사람들이 있다. 마왕 신해철이 내게 그런 사람이다.


그는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음악인이었고 생각하는 철학자였고 주장할 줄 아는 논객이었고 깊은 밤 어렵사리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얼굴 모를 이를 위로하는 라디오 DJ였고 시를 가까이 했고 세상을 바꾸고자 나선 이를 열렬히 지지했고 비겁하지 않았고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는 하나씩 하나씩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있다. 그가 애정을 쏟아 만든 음악들, 날카로웠던 토론들, 따듯했던 라디오 방송들, 유쾌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간 시들....


호스텔 아르바이트를 가던 28일 토요일 아침, 그의 9주기와 관련된 기사를 읽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를 생각했다.


"세상이 변해갈 때, 같이 닮아 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리는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신해철>


차가워지는 겨울바람사이로 난 거리에 서 있었네. 크고 작은 길들이 만나는 곳. 나의 길도 있으리라 여겼지. 생각에 잠겨 한참을 걸어가다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지. 무엇을 해야하나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나의 첫 깨어남이었지. 끝없이 뻗은 길의 저편을 보면 나를 감싸는 두려움. 혼자 걷기에는 너무나 멀어 언제나 누군가를 찾고 있지. 세상의 모든 것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고 삶의 끝 순간까지 숨가쁘게 사는 그런 삶은 싫어. 난 후회하지 않아. 아쉬움은 남겠지만 아주 먼 훗날에도 난 변하지 않아. 나의 길을 가려하던 처음 그 순간처럼.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나의 길.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여, 날 지켜봐주오. <길위에서- 신해철>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지금의 난 누군가 필요한 것 같아. 친굴 만나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깨어있을 때도 문득 자꾸만 네가 생각나. 모든 시간, 모든 곳에서 난 널 느껴.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서로에 대해 거의 모든 걸 지켜보며 알게 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겠지. 그렇지만 난 준비가 된 것 같아. 너의 대답을 나 기다려도 되겠니. 난 내가 말할 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 좋아. 내 말이라면 어떤 거짓, 허풍도 믿을 것 같은 그런 진지한 얼굴. 네가 날 볼 때마다 난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네가 날 믿는 동안엔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이런 날 이해하겠니.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 그 날의 일과 주변 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일상으로의 초대-신해철>


그를 그리며, 또 다시 안녕.






작가의 이전글 지금 바로 가질 수 없는 것을 생각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