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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찬 Jun 29. 2024

<흐르는 시와 삶> 모집 공고

주변 청년들에게 널리 알려주세요. 늘 환영합니다!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숲 속에 왔다.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기 위해 사려 깊게 살고 싶다. 삶이 아닌 것을 모두 떨치고 삶이 다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 <죽은 시인의 사회, 소로>


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들이 매일같이 북적이는 곳,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에는 비밀스러운 모임이 있습니다. 저마다 일상을 마치고, 사람들은 작은 카페에 모입니다. 그들은 와인과 맥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고 서로를 나눕니다. 어느 순간, 모든 전등은 꺼지고 북적였던 카페 안은 쥐죽은 듯 조용해집니다. 단 하나의 조명만이 빵모자가 잘 어울리는 중년의 남성을 비춥니다. 사람들은 자세를 고쳐 앉고 조명 아래 선 그 사람을 바라봅니다.

그는 시를 읊기 시작합니다. 차분한 그의 목소리, 뚜렷한 눈망울들. 다음은 거동이 불편한 노부인이 나와 그녀의 시를 읊습니다. 나직하게 흘러나온 그녀의 시는 가슴 속 깊은 울부짖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로 가득한 공간에서 나는 순간 울컥합니다. 다음은 잘생긴 청년이 나와 통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선율 위로 시작된 연극. 존 레논을 닮은 안경 낀 장발의 남성과 우리 또래로 보이는 여성들이 차례로 대사를 이어갑니다. 무대도 없는 이 곳에서, 내가 서 있는 자리 바로 앞에서 그들은 그들의 시를 읊습니다. 짧은 순간에 저마다의 감정이 사람들 몸 속에 겹겹이 포개어집니다. 자정이 가까워오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나는 젖은 눈으로 문가에 서서 시를 읊었던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악수와 포옹을 하며 마주친 눈빛들은 강렬하게, 생생하게 살아있었습니다. 카페를 나오자 기분이 묘합니다. 문 안팎으로 시간이, 세기가 다르게 흐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슬비 내리던 그 겨울밤, 나는 벅찬 마음으로 머물던 호스텔을 향해 천천히 걸었습니다.


바쁘게 빠르게 돌아가는 곳, 서울의 뒷골목에는 한 모임이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는 청년들은 월드 뮤직이 흐르는 카페에 모입니다. 우리는 “좋은 벗들과 향기 좋은 차를 마시며 가슴을 열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십대 초중반을 지나고 있는 우리는 “제대로, 나대로 살고 있는가?” 우리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는 인생이 가야할 길을 이미 알고 있는 듯 살아갑니다. 스스로에게 제대로 된 물음조차 던지지 못하면서. 우리는 소유와 소비에 집착하며 살아갑니다. 겉모습에 집착할수록 무너져가는 내면을 애써 외면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아닌 사람들이 바라는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동지들을 짓밟으면서 웃고 우릴 짓밟는 사람들을 질투하면서. 우리는 ‘농(non)’이라고 외칩니다. 우리가 아니, 사실은 사회가 간절히 바랐던 우리의 모습에. 동시에 우리는 ‘위(oui)’라고 외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망하는 저마다의 모습에.


우리는 한 데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눕니다. 제각각의 삶에 흐르는 시를 나눕니다. 우리는 시와 음악과 책과 영화에 흐르는 시를 포착하고 공부하고 나누고 비로소 삶으로 구현하려고 노력합니다. 나의 삶에서 너의 삶으로, 각자의 삶에서 우리의 삶으로 경계를 넘나듭니다. 시에서 책으로 음악에서 영화로 장르를 넘나들고 고전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고전으로 시간을 넘나듭니다.

우리는 불완전합니다. 전문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다고 하여 포기하지 않고 나아갑니다. 우리는 “비록 이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지라도 내 생활과 삶에 적용하고, 시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불의에 저항하고, 진정한 나를 찾아 살아내는 것에 관심을”** 둡니다. 파리의 그 사람들은 그들의 정서와 스타일이 흐르는 모임을 이어갑니다. 우리는 이 땅에 걸맞은 우리의 정서와 멋이 흐르는 모임을 이어가고자 노력합니다. 소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망적으로 산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뜨겁게 죽어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이 되고자하고 이런 사람을 찾습니다.

“남모르는 상처 입었어도 어투에 가시가 박혀 있지 않은 사람. 숨결과 웃음이 잇닿아 있는 사람. 자신이 아픔이면서 그 아픔의 치료제임을 아는 사람. 한때 부서져서 온전해질 수 있게 된 사람. 좋아하는 것 더 좋아하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어느 길을 가든 자신 안으로도 길을 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 주는 사람. 하나의 얼굴 찾아서 지상에 많은 발자국 낸 사람. 세상이 요구하는 삶이 자신에게 너무 작다는 걸 아는 사람. 어디에 있든 자신 안의 고요 잃지 않는 사람.”***


우연은 시의 섭리입니다. 우연한 우리의 만남 또한 섭리입니다. 서로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만남을 소망하며.


장소: 라 카페 갤러리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8

시간: 매주 금요일 4-6시

누구를? ‘청년시절’을 잃지 않고 누리고 싶은 사람들

첫 모임에서 다루는 책 :  <동급생_프레드 울만>, <김예슬 선언_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김예슬> ➡️ <반항하는 인간(L’Homme Révolté), 알베르 카뮈>

참가비 : 무료, 음료와 책값(국립, 시립 혹은 대학 도서관에서 대출을 권장드립니다.)은 각자 부담

연락처 : 01052577329, 김윤찬, 인스타그램 계정 : kimynchn, 메일 : entropy2002@naver.com


*<흐르는 시와 삶> 회원 가입 시 매주 수요일, 세계 시인들의 시 한 편을 문자로 전송

*첫 모임에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시간이 진행됩니다. 모임에서 나눈 모든 대화는 대화록으로 정리하여 파일을 보내드립니다.

*참여하고 싶은데 시공간 제약이 있는 경우에도 연락을 주시면 그 주에 나눈 회원들의 동의 아래 대화록을 보내드립니다. 생각을 적어 보내주시면 기존 대화록을 수정하여 보내드립니다.


*박노해 시인의 시 <인간의 기본>

**<김예슬 선언_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88p>

***류시화 시인의 시 <그런 사람>




<흐르는 시와 삶>의 원칙   

경청 :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생각하고 말합니다.


자유 : 모두 바쁜 일상을 보내는 만큼, 참여와 불참이 자유롭습니다. 매주 나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번의 참여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회원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습니다.


관용 : 우리는 어색한 가식보다는 강렬한 논쟁을 추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실수할 수 있고 갈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실수와 잘못은 직시하고 성찰하되 타인의 고난은 성급한 비난보다는 믿음의 침묵으로 바라봅니다.


기록 : 우리는 우리의 대화를 늘 기록으로 남깁니다. 첨가, 수정, 삭제의 모든 편집은 편집자와 발언자 모두의 동의 아래 이루어집니다.


행동 : “청년은 지성과 행동의 두 발로 선다.”* 우리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행동합니다. 책상 앞에서 멈춘 지식은 쓰지 않은 글이고 떠나지 않은 여행입니다. 우리의 대화와 고전 읽기를 비롯한 모든 생각은 행동을 종착점으로 합니다.



*대학생나눔문화의 모토


회원들의 모임 후기 모음
모임장소 : 종로구에 위치한 라 카페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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