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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sea

by 뭉지

완전히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집트의 차가운 바다에 얼굴을 묻은 순간, 인어공주의 배경음악 ‘Under the sea’가 자동으로 재생되며 온갖 진귀한 장면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금빛 비늘의 정어리 떼가 곡선을 그리며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움직이는가 하면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같은 신비로운 문양을 가진 물고기들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보여 괜히 조심스러워지는 아기 물고기, 썸 타는 것처럼 서로를 향해 빙글빙글 도는 물고기, 친구들끼리 재밌는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이는 물고기들까지. 마냥 고요해 보이던 물속 세상은 세상에서 제일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맞다. 여기 전 세계 다이버들의 성지였지!’

다합은 워낙 아름다운 물속 풍경을 자랑해 전 세계에서 다이버들이 찾아온 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나를 톡톡 치며 말을 걸었다.

“저 쪽으로 가면 예쁜 산호초가 있어. 보러 갈래?”

룸메이트 언니 었다. 언니는 내가 처음 온 날부터 적당한 무관심과 적당한 관심을 가지고 툭툭 챙겨주었다.

이미 물속 관경에 홀딱 반한 나는 단박에 고개를 끄덕였고 언니는 아직 물이 어색한 나를 위해 천천히 이끌어 주었다. 언니를 따라 산호초에 도착한 순간, 나는 또 한 번 경이로움의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까 본 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듯이 바다는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나에게 본격적으로 뽐냈다. 우아하게 뻗은 거대한 산호초 군락 사이로 알록달록한 열대 물고기들이 폭죽처럼 펑펑 자신들만의 물꽃놀이를 벌이고 있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주황 물감을 입은 물고기들이 불꽃이 펑 터지는 것처럼 모였다가 흩어졌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노란 물고기들이 불꽃이 뻗어나가는 것처럼 일직선을 그리며 헤엄치고 있었다. 바다는 내가 온 걸 환영한다는 듯이 성대한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에 심장은 튀어나올 것같이 두근거리고 호흡은 가빠와서 물 밖으로 얼굴을 재빨리 꺼냈다.

“푸하-.. 언니! 여기 뭐예요??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티비 속에서나 보던 장면에 눈앞에 펼쳐져서… 너무 예뻐요 “

“그러니? 내가 볼 땐 오늘이 요 근래 중에 제일 별론데. 산호초 색도 이상하고 물고기도 별로 없네.”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언니의 말에 나는 무언가 큰 걸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장면은 내 인생에서 처음 마주하는 경이로움이었는데,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하고 심지어 만족스럽지 않은 풍경이었다니.. 그동안 언니가 마주한 다합의 바다는 얼마나 더 압도적이고, 얼마나 더 찬란했을까. 언니의 무심한 말 한마디는 이 바다마을에 더 머무르고 싶다는 충동적인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바다를 처음 만난 거북이처럼 흥분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잠깐의 물놀이를 마친 후, 육지 쪽으로 다시 헤엄쳐 돌아왔다. 물 위로 고개를 들었을 때, 햇빛은 여전히 강렬했고, 음악과 사람들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그것들이 싫지 않았다. 지금 눈에 보이는 보는 것들은 빙산의 일각의 불과했다는 걸 알아버렸다.

사람들이 이곳을 배낭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조금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세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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