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빠바바밤~, 빠바바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의 짧은 테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이 곡에 ‘운명’이라는 제목을 붙인 건 베토벤이 아니다. 그의 비서가 베토벤에게 “5번 교향곡의 테마가 무엇을 의미하냐”라고 묻자 그가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라고 표현했고 여기서 운명 교향곡이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문을 두드리고 그에게 찾아온 운명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었기에 이토록 강렬하고 끈질긴 음악으로 표현된 걸까.
베토벤은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며 아버지의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베토벤을 당시 음악의 신동으로 유명했던 모차르트보다 더 뛰어난 신동으로 알리기 위해 베토벤의 나이를 두 살 어리게 속여 대중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한창 전성기 시절 베토벤은 청력을 상실하게 된다. 작곡가의 청력 상실이라, 어떤 아픔과 비교할 수 있을까. 위에 소개한 5번 교향곡도 청력이 악화되던 시기에 작곡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운명은 밝고 희망차기보다 어둡고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내 운명을 움켜쥐겠다. 이 운명이라는 녀석은 결코 굽히지 않고 나를 짓밟고 말 테니.” 운명을 대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는 베토벤의 말이다.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그의 운명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운명을 움켜쥐겠다 말하던 베토벤. 그의 말과 음악을 들으며 나는 어떤 자세로 내 운명을 대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이 말을 했을 당시의 베토벤과 비슷한 나이이지만 나는 아직 내 운명이 어떤 모습일지, 어떤 힘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운명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의 운명과 손잡을 것이다. 베토벤이 운명을 움켜쥐겠다 말한 것처럼 나는 그 운명과 맞서 싸우기보다 손을 맞잡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수련하기보다 같은 편이 될 것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운명이 찾아오든 그것과 등을 대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나만의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