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회사로 이직하는 게 결정되고 나서 오랫동안 몸 담았던 업계의 선후배들에게 소식을 전하자 들었던 말들이었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비치는 IT라는 업계는 저런 이미지인 듯하다. 다른 업계에 비해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인 산업이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더더욱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시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전직을 결심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해보고 싶어서."였다.
학생 때 웹디자인으로 이것저것 상을 받으면서 html이니 자바스크립트니 php니 이것저것 손대면서 공부하던 게 적성에 맞아 당연히 그쪽으로 진로를 잡았지만, 집안 사정이라는 피치 못할 사유로 장학금 두둑이 준다는 관광산업계열로 전공을 선택했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취업도 관련 서비스업으로 했다. 나름 커리어도 잘 쌓아서 한 부서의 리더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여기서 복병을 만났다.
지금도 진정되지 않은 코로나 19였다.
반복되는 강제 휴업에 수입은 줄고, 인력감축에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남은 인원을 갈아 넣으니 일의 퀄리티는 떨어지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느꼈던 충격은 산업구조 자체였다.
다른 산업들은 코로나19와 함께 원격근무다 재택근무다 하며 각종 IT기술을 사용하여 많은 부분을 대체했는데, 서비스업은 그게 불가능했다. 필수적으로 대면 근무를 해야 했고 사람이 없으면 하루가 돌아가지 않는 그런 산업이었기 때문에 대체가 되질 않았던 것이다.
하물며 그 업계는 IT기술에 있어서도 그렇게 보수적일 수가 없었다. (지금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이 나아졌지만) 뭔가 하나를 도입하려고 해도 주변이 따라주지 않았고,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이상 있다 하면 거의 엑셀의 신(?) 정도로 받들어질 정도였으니...
그때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이대로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움츠리고 있어야 하는 걸까?"
"그래도 내가 배웠던 코딩 지식을 활용해서 뭔가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웹 개발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전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였다.
서론이 길었다.
주저리주저리 나의 얘기까지 꺼내며 이렇게까지 빌드업을 한 이유는 딱 하나다.
절대로 ~한다더라 하는 얘기에 현혹되어 IT를 시작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일단 이 글의 맨 앞에 썼던, 내가 들었던 말들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겠다.
1. 요새 IT가 뜬다면서요?
모든 산업은 뜨고 지기를 반복한다.
실제로 내가 관광업계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류네 요우커네 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러다 신종플루에 메르스에 사드에... 결국 코로나19가 쐐기를 박아버리자 한순간에 무너졌다.
항상 떠있는(!) 산업이라는 건 없다. 시대적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뿐.코로나19로 관광서비스업은 졌지만 재택근무환경이 보편화되면서 IT가 뜬것처럼 말이다.
시대에 뒤처지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준비 없이 달려갈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2. 개발자를 하면 연봉도 억대라면서?
물론 사실인 부분도 있다. 연봉 억대로 받는 분들도 있고, 정말 억 소리 나는 복지에 혜택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다만 IT라는 곳은 농담이 아니고 그 어떤 산업이나 업계보다 가장 잔인하게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얼마만큼의 성과를 냈고 얼마만큼의 효율성을 수치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 이것이 연봉 산정 기준이다.
즉, 들어가자마자 억대 연봉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정도를 줬으니 그만큼의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반드시 수반되고, 그만큼의 성과를 위해 자기 계발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일이다.
요새 매스컴, 심지어 모 학원들까지 "개발자 하면 취업률 100%", "개발자 하면 여러분도 억대 연봉 어렵지 않아요" 하는데, 솔직히 어떤 분야든 실무 경험 없는 이제 막 시작한 사람에게 뭘 믿고 억대를 투자하겠는가.
좋은 면만 보고 본인이 끊임없이 공부할 준비가 안됬다면 시작하지 않는 게 멘탈에 좋을 것이다.
3. 빅데이터, AI 이런 게 요새 돈 잘 번다고 하더라!
일단 이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내가 제일 잘하는 질문이다.
"빅데이터, AI는 무엇인가?"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높은 확률로 "그냥 Siri 같이 앱이 알아서 막 알아봐 주고 대답해주는 거 아니야?"
물론 반 정도는(포괄적 기준으로는...?) 맞지만 이번에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대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모르는데 어떻게 시작하겠다는 것인가? 나는 이것을 마치 유전을 개발하면 떼돈 번다는 건 알겠는데 기름이 어디서 솟아오르는지 모른다 라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빅데이터와 AI는 고도의 기술집약적 분야의 대표주자다. 그 말은 몇 개월 공부해서 다 알게 되고 그걸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 것이다 라는 가정 자체는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변 관련 직군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석사를 따고 박사를 따면서까지 연구하고 있는 것만 봐도...)
매스컴, 각종 미디어에서 빅데이터, AI 같은 키워드를 남발하면서 그 어느 곳에서도 저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막연히 IT 쪽 가면 저런 빅데이터, AI 관련된 걸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연스레 늘어나고 모 학원들이 이런 걸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돈 잘 벌 것이다 라는 희망만 안고 뛰어든다면 결국 실망하는 건 뛰어든 본인이 아닐까.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고 없고가 모든 것의 성패를 좌우하지 않던가.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나처럼 기존에 어느 정도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이게 뜬다더라, 이게 요새 잘 나간다더라 하는 식으로 비전공자가 IT에 접근한다면 그저 학원들의 사업상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시간과 돈은 매우 소중하다.
비전공자가, 그리고 전직하려는 자가 IT에 뛰어들기 전에는반드시
내가 정말 이 일을 원하는가?
내가 이 일을 통해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가?
라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길 바란다.
그럼 대체 비전공자인 사람이 IT로 뛰어들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다음 글에서 내가 경험한 내용을 이어서 적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