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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y 23. 2024

33. 로키의 말싸움 : 아홉 -PS.로카센나

북유럽신화, 북유럽 신화이야기, 로키, 말싸움, 로카센나

#PS01.

 이번 이야기의 원전은 '고(古) 에다'에서 '로카센나(Lokasenna : 로키의 말다툼, 로키의 언쟁)'라고 불리는 시(詩)입니다. 에기르의 연회에 신들이 초대를 받게 됩니다. 신들은 다같이 모여서 연회를 즐기는데, 이때 술에 취한 로키가 행패(피마펭을 죽임)를 부려 쫓겨나게 되죠. 이에 앙심을 품은 로키가 다시 연회장으로 되돌아와 신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내용입니다. 이를 통해서 로키는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죄를 실토하게 되고,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는 그 종반부를 향해 달려가게 되죠.


 이번 이야기를 적으면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아니, 늘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를 적을 때면 이 부분이 가장 힘듭니다. 로키가 정말 적나라하게 신들을 욕하거든요. 그것도 한두 신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이들을 다 욕합니다.(흔히 '모두까기'라고 하죠.) 제가 남을 욕하는 걸 그리 즐기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원전인 '로카센나'를 제외하면 참고할 원전이 많지 않아서 이기도 합니다. 북유럽 신화에는 이미 '失傳(잃어버리거나 사라져서 더이상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가 좀 많거든요.


 '로카센나'는 문학적, 문화적으로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시입니다. 제가 이야기의 형식으로 적다보니, 잘 나타나있지는 않습니다만, 원전에서는 로키와 신들의 대화가 운율과 대구에 맞춰서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서로가 운율에 맞춰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되어 있죠. 음..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랩배틀(The Rap Battle)'같다고 할까요? 


 이는 실제 당시의 문화적인 풍습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스칼드들이 자신의 시적(詩的)인 재능을 뽐내기 위해서 시로 싸우는 풍습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누군가 먼저 시의 형태로 상대를 비난하면, 상대는 운율과 대구를 맞춰서 상대를 맞비난하며 맞서는 것이죠. 서로 상대의 재능을 인정해주면서 술한잔으로 풀고 끝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통해서 감정이 격해져 결국 피를 봐야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PS02.

 이번 이야기에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몇 군데 있어서 추가해봅니다.


- 로키가 이둔을 조롱하는 부분에서, '정성들여 씻은 너의 팔'은 이둔이 지닌 '하얀 팔'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이둔이 지닌 상징 중에 청순과 고결함이 있었기 때문이죠. 또한, '너의 형제를 죽인 자를 안았다.'라는 말은 이둔과 브라기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전해지지는 않지만, 북유럽 신화에 유실된 이야기들 중 브라기가 이둔의 형제를 죽이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남자를 밝힌다'는 표현은 이둔이 청순과 고결함을 상징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정한 여자라며 비꼬는 것입니다. 그녀가 샤치에게 납치를 당하고, 또 로키의 품에 안겨 아스가르드로 돌아왔다는 것을 이렇게 뻥튀기해서 표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샤치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아는가? 그래놓고 지금까지 혼자 청순고결한 척 한게 부끄럽지 않은가? 나도 널 품었는데?' 하면서 이둔을 조롱하는 것입니다.


- 로키가 오딘에게 나서지 말라고 하는 부분은 오딘이 싸움의 승패를 결정하는 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이 싸움이 나거나 전쟁을 벌일 때, 오딘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쪽을 돕곤했는데요. 그것이 늘 공정했던 것은 아닙니다. 로키는 종종 오딘의 기분에 따라 싸움의 승패가 결정이 되었던 것을 들어 '겁쟁이에게 승리를 줄 정도로 불공정했다' 면서 그를 비난한 것입니다.


- 로키가 프리그에게 오딘의 동생들을 품에 안았다고 말하는 부분은 모두가 알지만, 모른척하는 프리그의 가장 큰 '치부(恥部 :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부분이나 일)'입니다. 세상이 만들어지고, 오딘은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소식이 끊기게 되었죠. 그때 신들은 오딘이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프리그에게 오딘의 두 동생인 빌리와 베이를 남편으로 맞이하게 하고, 그들이 새로운 지도자가 되게 하려던 적이 있습니다. 오딘이 무사히 되돌아와 모든 것은 바로 잡혔지만, 이 일은 프리그에게 가장 큰 약점이 되었습니다. 다른 신들의 요청이었다고는 해도, 어쨌건 결국 프리그가 이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이 일로 프리그는 남편 오딘에게 큰 약점을 잡히게 됩니다.


- 신들을 비난하는 로키,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95. 출처:https://www.germanicmythology.com/)


- 로키가 프레이야에게 말한 오래비, 즉 프레이를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은 프레이가 아내를 빼앗긴 것을 말합니다. 바나 신족에서는 근친혼이 일반적이었기에, 프레이와 프레이야는 남매이면서도 부부였었습니다. 그러다 인질교환으로 뇨르드와 함께 아스가르드로 오면서 근친혼을 인정하지 않는 아사 신족에 의해 그들의 결혼은 무효가 되었습니다. 로키는 이를 받아들인 것도 모자라, 그들과 애정행각을 벌인 프레이야를 비난하는 거죠. 


 그에 대해 뇨르드가 반박을 하며 말한 비단 옷을 입은 여인은 '고귀한 여인', 즉 '프레이야'를 말합니다. 이에 로키가 뇨르드르가 히미르의 딸들의 놀이개였다며 비난합니다. 이에 대해서 원전에 별도의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 부분은 원전을 적은 스칼드가 헷갈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로키가 신들과 언쟁을 벌이는 것은 주로 '고(古) 에다'에 실려있는데, 고 에다는 저자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로키의 비난에도 역시 뇨르드는 대범하게 받아치는군요.


- 로키가 프레이에게 칼을 버렸다는 것은, 프레이가 게르드를 얻기 위해 스키르니르에게 '스스로 거인을 죽이는 검'을 넘겨준 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로 인해 '스스로 거인을 죽이는 검'은 스키르니르의 소유가 되었는데, 그가 죽고 오랜 시간이 지나며 검의 행방은 묘연해지고 말았습니다. 로키는 여자때문에 전사의 상징인 무기까지 팔아먹은 놈이 무슨 염치로 끼어드는가라며 비난한 거죠.


- 스카디가 로키에게 비아냥거리며 한 말은 앞 날에 대한 일종의 예언과도 같습니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되거든요. 이 부분은 다음편을 참조해주세요.


- 로키가 시프의 질문에 상냥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그건 시프를 비난한 것과 같습니다. 어조가 부드러워졌을 뿐이죠. 로키는 시프가 아사 신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정숙한 여자라고 하면서도 단 한 명의 예외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든 것이 바로 로키 자신이죠. 이는 시프가 로키와 살을 섞었다는 표현입니다. 예전 로키는 토르가 없는 사이에 그의 집으로 숨어들어 시프의 황금머리칼을 잘라낸 적이 있습니다. 이때의 일을 가지고, 로키는 시프가 자신과 살을 섞었다고 매도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대한 시프의 반응도 참 대단합니다. 시프는 로키와 살을 섞은 적이 없음에도, 그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오히려 웃음으로 넘기거든요.


#PS03.

 이번에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조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 로키가 여러 곳에서 홀대받는 것을 묘사하는 부분은 저의 창작입니다. 원전에서는 이 부분을 건너 뛰고 바로 에기르의 연회로 이어집니다. 에기르의 연회에서 벌어지는 일과 이후의 일을 보았을 때, 로키가 숨어지내며 여러 곳에서 홀대를 당했음을 알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추가했습니다.


- 원전에서는 로키가 아스가르드에 있었고, 에기르의 초대에 응해 신들과 함께 배를 타고 왔다고 전해집니다. 발드르의 죽음과 관련된 원전에서는 로키가 도망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런 그가 어떤 이유로 다시 아스가르드로 돌아올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이에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로키가 불청객이 되는 것으로 조정했습니다. 또한, 원전에서는 토르가 거인들과 싸우러 나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토르가 로키의 행방을 쫓는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이 점 양해바랍니다.


- 원전에서는 피마펭(Fimafeng)과 엘디르(Eldir)가 하인으로 등장합니다. 늘 그렇듯, 이름이 전해질 정도라는 것은 나름 이름있는 자라는 뜻이죠.(흔히 '네임드-Named'라고 불리는) 또, 이야기 속에서 이들의 위치도 꽤 있어보이는 만큼 집사로 묘사했습니다.


- 로키가 연회장에서 도망치는 부분에서 불꽃으로 변해 창을 통해 도망쳤다는 것은 저의 상상의 산물입니다. 원전에서는 로키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대로 달아나 버린 것으로 묘사됩니다. 

- 악플러 로키,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95. 출처:https://www.germanicmytholog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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