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이야기, 로키, 프라낭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곳에 작은 오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재료는 그것을 얻기위한 노동을 제외하고는 숲이 무상으로 제공했다. 물론 숲은 그가 집을 짓는 재료 뿐만아니라, 그의 의식주 대부분을 해결해주었다. 그는 오두막으르 지으면서도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바람의 한숨과도 같은 미풍에도, 낙엽이 떨어지며 내는 작은 소리에도 그는 곧바로 작업을 멈추었다. 그는 그때마다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자재들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는 눈을 번뜩이며 사방을 주시했고,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기를 여러번. 그는 마침내 동, 서, 남, 북 네 방향으로 문이 달린 오두막을 완성했다. 이 네 방향으로 달린 문을 통해 그는 항상 온 숲을 둘러볼수 있었다. 오두막이 완성되자, 그는 비로소 한숨으르 쉬며 드러누웠다. 그제서야 그의 표정에서 불안감이 사라지고 작은 미소가 감돌았다. 이 얼마만에 누워보는 안락한 공간이던가.
[이렇게 허리를 펴고 누워본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나는 구만.]
그는 한 때, 오딘의 참모였다. 유희와 재간둥이의 신으로도 불렸고, 온갖 사기와 죄악과 범죄의 신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비참하고 억울한(물론 그의 생각일 뿐이지만) 도망자일 뿐이다. 그의 이름은 '로키(Loki : 의미불명)'였다. 여전히 로키에게 발드르를 죽게 만든 것은 그가 벌인 장난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잠시 신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 돌아갈 생각이었다. 발드르를 죽인 것은 호드이지, 자신이 아니기에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로키는 여전히 억울했지만(대체 뭐가?), 바보가 아닌 이상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로키에게는 자신을 숨기고 지켜줄 존재가 필요했다. 거인도, 인간도, 난쟁이도 그런 존재가 될수 없기에 로키는 스스로 지켜야했다. 그는 안전한 은신처를 구하기 위해 세상을 헤맸고, 태어나서 가장 최악의 여행을 했다. 차가운 바위 밑에 숨어 새우잠을 잤다. 따뜻한 음식은 고사하고 숲속의 메마른 이끼와 냇가의 비린내나는 물고기를 주워먹었다. 이전에도 수많은 여행을 했고 노숙을 하는 것도 낯설리 없는 그였지만, 지금은 비운의 도망자로서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새 한마리가 날아올라도 몸이 움추려졌고, 그 어떤 것과도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그는 점점 더 어두운 곳으로만 움직였다. 이 숲은 지금까지 그 누구의 손길도 닿은 적이 없고, 자신을 아는 그 어떤 존재도 없으니 더없이 최적의 은신처였다. 물론 그는 역시 로키였다. 그는 결코 반성 따위는 하지 않았다.
[하하.. 그 머저리 같은 신들은 여길 찾아볼 생각따윈 못할꺼야. 근대 왜 내가 그 머저리 같은 것을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해야 하는거지?]
아, 그는 혼자였지만, 외롭거나 심심하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대화를 나눠줄 수많은 그가 함께 있었으니까. 다른 로키가 로키를 탓하며 중얼거렸다.
[그건 네가 뻘짓을 한 탓이지.]
[그게 왜 내 탓이야?]
로키가 한쪽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또 다른 로키가 대답했다.
[그렇지. 얘 잘못은 아니지. 굳이 잘못을 탓한다면.. 음.. 그 머저리 같은 놈들하고.. 아! 그래. 너! 눈 밑이 시커먼 로키! 이 낯선 놈! 네 놈이 옆에서 부추겨서 이 꼴이 된거아냐?!]
[.. 왜 내 탓인데? 난 그냥 로키답게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 뿐이야.]
로키의 어두운 곳에서 나온 로키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그러자 로키도 또 다른 로키를 거들었다.
[맞아! 네 놈이 날 부추겨서 그런거야. 네 놈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 이정도로 고생하지는 않았겠지!]
[한심하긴.. 행동은 네가 해놓고 왜 내 탓인데?]
[너는 나고, 나는 너라며? 그러니 네 탓이지!]
낯선 로키가 발뺌을 하자, 로키는 더욱 화를 냈다. 그러자 낯선 로키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다른 로키와 또 다른 로키도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는 마찬가지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더니 모두가 한 목소리로 로키에게 말했다.
[우린 조언만 했고, 행동은 네가 한거잖아!]
[이...! 이 쓸모없는 것들! 죄다 저 밑바닥에나 처박혀있어!! 썅!]
로키는 성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마구 쥐어뜯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피가 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참이나 머리를 잡아 흔들고, 쥐어뜯던 로키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배고프네. 밥이나.. 먹을까?]
로키는 코를 훌쩍이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 긴 노동으로 그는 피곤했고, 허기가 졌다. 우선은 이것부터 해결해야 했다. 다른 로키들이나 신들의 일은 그 다음이었다. 배가 든든해야 무슨 일이건 대비할수 있는 법이었고, 배가 든든해야 머리도 돌아가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