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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Apr 18. 2023

봄 라운딩

소중한 이들과의 라운딩

내일 죽는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사는 것처럼 배워라.

 - 습관은 배신하지 않는다 중에서



봄도 되었으니 오랜만에 라운딩을 떠나다. 


내가 처음 골프채를 잡은 건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들 가정인 있던 가장들이 지방으로 장기 출장을 갔으니 가족들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저녁엔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당구도 치고 탁구도 하고, 게임방도 갔다가 또 그렇게 모여 한잔을 한다.

그렇게 몇 달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똑같은 패턴에 흥미도 떨어지고 시간 낭비 같다는 생각이 들대 쯤

뭐라도 좀 의미 있는 걸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겨울이 되었고 실내에서 배울만한 것을 찾다가 스크린 골프샾에서 하는 골프레슨을 받기로 했다.

골프에 빠진 주변 사람들은 그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다며 쉴 새 없이 떠들었지만, 막상 해보니 손만 아프고, 이런 재미도 없는 짓을 왜 하나 싶었다.


더구나 당시의 나의 첫 코치는 말 그대로 날라리과였다. "이렇게 치세요", "이거 아니라니까요"

여성 회원에게만 과분하게 친절하던, 투박한 사투리 듬뿍 담긴 말투엔 친절한 구석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뾰족한 코치님과 30만 원에 3개월 무제한 연습할 수 있는 실내연습장에서 골프라는 것을 시작했다. 




MBTI도 ESTP라 성향상 여러 가지 관심이 많고, 하고 싶은 건 가급적 한다. 

특히 운동을 즐긴다. 혼자 하는 것도 같이 하는 것도 즐긴다.

축구, 야구, 테니스, 수영, 스키, 스노보드, 등산, 마라톤 하고 싶은 건 진심으로 부지런히 하는 스타일이다.

동호회나 모임도 자주 만들거나 가입해서 활동했었다.


그러다 골프를 만났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손에 물집이 잡혔다가 터지기를 반복하더니 굳은살이 한참은 배겨도 잘 맞지 않는다.

아무리 책 보고 유튜브를 봐도 잘 안된다. 

"내가 이렇게 운동신경이 없는 사람은 아닌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연습장에 가선 올라오는 공을 끊임없이 쳤다. 한 시간에 사오 백개 이상 스윙한 경험도 많다.

그때는 왜 이렇게 무식하게 잘 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박스 기준의 연습장을 옮겼고 80개 들이 딱 한 박스만 친다.

두세 번의 빈 스윙을 하고, 2개 정도를 볼을 친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한다.

그리고 다시 빈 스윙으로 시작되는 루틴을 반복한다.


동일한 자세로 계속 치면 무조건 잘 맞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필드에 나가면 바로 알게 된다.

첫 번째 스윙에 내 것이었음을...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골프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복되지 않아서이다.

웬만한 운동은 "선수할 거 아이면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만족했는데, 지금껏 즐겨본 운동 중에 유일하게 성에 안 찬다. 

기본은 있으나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도전하게 만든다. 




일 년에 봄, 가을이면 몇 번씩 라운딩을 간다.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긴 하나 너무 날도 좋고 스트레스도 풀리기에 일 년에 몇 차례 라운딩을 간다. 


골프를 처음 접할 때 함께 했던 그 당시의 회사 분들과 어렵게 잡은 이번 라운딩은 시간도 이르다 보니 해가 막 떠오르고 보니 2번 홀이다.

라운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함께하는 동반라운딩 멤버다.

제 성격이 나온다.


사람을 알려면 여행을 가보든, 도박을 하든, 운동을 해보라는 말이 딱 맞다. 같이 라운딩 해보면 사람 성격이 보인다. 급하거나 자기만을 보거나, 매너 있든, 위트가 있는지가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감사하게도 함께 라운딩 하자는 주변 사람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중간은 하는 듯싶다.

너무 못 치면 내가 민망해서 연습을 하게 된다.


사실 즐기기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일 년에 몇 번이니 아내도 흔쾌히 허락을 해 주는 듯싶다.

같이 볼도 치고, 얘기도 하고, 끝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돈이 있어도 예약이 쉽지 않은 요즘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보통 5시간 라운딩 하고 나니 먹는 식사는 꿀맛이다.


이번 라운딩은 영종도라 "빨간 거 짱구네"라는 낚지 볶음집에 갔다. 

원래 유명한 맛집으로 '감질맛 나는 매운맛'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였구나를 알게 해 준 맛이다.


스코어가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꼴찌만 안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 정도만 있을 뿐이다. 


올해 이제 시작인만큼 다음 라운딩을 위해 주말에는 연습장으로 다시 향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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