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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Jun 05. 2023

기묘한 이야기 1

새벽 소녀

"아빠, 귀신 본 적 있어?"

딸아이가 묻는다.


뭐라 답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놀리 듯 대답한다.

"당연하지!"


지금까지 살며 두 번 있었다.

(난 무신론자이며 아래의 이야기는 신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얘기니 혹여 오해가 없길 바란다.)


그것도 20대 초반에 두 번이다.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한 시기에 웬 귀신이냐고 생각할 듯싶다.

가위에 눌리거나 잠시 헛것을 봤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과학을 공부했던 나로서도 설명할 수 없는 문제이고, 믿고 말고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유라고 본다. 


그러나...

25년 정도 지난 지금도 난 그 두 장면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Scene#1


세상은 IMF로 기억하고 있는 그 1997년의 늦가을이었다.

97학번 신입생이었으니 얼마나 정신을 못 차렸겠는가? 


경제적으로 나라는 망하기 직전이었고, 정말 매일 같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술을 마시고 놀았던 것 같다.

주사파라고 만든 모임은 일주일에 네 번은 술을 마셔야 한다는 어이없는 규칙이 있는 소모임이었다.

수업을 좀 듣다가 당구 치고, 겜방 갔다가 혹은 만화방 갔다가 술 마시는 게 당시 나였다.

어찌 보면 당시에는 평범한 새내기 대학생의 일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찬바람이 불던 늦가을로 기억된다.

그날도 어김없이 친구들과 지겨울 정도로 마셔댔고, 10분이면 걸으면 들어갈 집을 두고 친구와 둘이 빈 건물로 기어 들어갔다. 

새벽 5시에 문을 여는 국밥집에서 해장을 하고 가겠다는 의지로 둘만 고집을 피우고 밤을 새울 작정이었었다. 


사실 그 건물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고교 2년간 내내 다니던 독서실이 4층에 있었고, 같이 있던 친구가 재수를 하며 총무를 하다가 그만둔 지 얼마 안 되던 때라 1층에서 비상계단 쪽이 열려 있음을 알고 있었다. 


2년 가까이 학교 친구, 동네친구들과 어울리던 곳이라 익숙하기도 했고, 이미 새벽 3시경이라 2시간 정도 

차가운 바깥공기를 피하며 쉴 장소로는 제격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총 10층 건물로 1층은 상가, 2~3층은 사무실, 4층은 독서실, 5~9층은 다시 사무실, 10층은 건물주가 살고 있다는 소문만 있었고, 10층에 올라가 보면,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육중한 철문으로 가로막혀 있다.


1층 출입구로 들어가 비상계단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맥주 한 캔씩을 마시고, 얘기를 하던 우리는 급 피로해졌다. 

그래서 잠시 계단에 걸쳐 눕기로 했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지금도 모를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렁뱅이 같았으나 당시 느낌으로는 생각보다 누울만했다.


계단의 난간 쪽에 내가 벽 쪽으로는 친구가 누웠다.

우리가 자리 잡은 층이 2층과 3층의 중간쯤이었고, 난간 쪽에서는 위 혹은 아래의 계단을 볼 수 있었다.


아래를 한번 쳐다봤다.

뭐 있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위를 봤다.


순간... 몸이 굳었다.


정확히 몇 층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략 5층 위인 7층에서 8층쯤인 거 같다.

앳된 얼굴의 여자가 위에서 아래로 날 쳐다보고 있다.

순간 고개가 돌아가지도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인지 몇 초인지 지난 후 오랜 참고 있던 숨을 내뿜듯 헐떡이며 숨을 쉬었다.

죽다 살았다.


그새 코를 고는 친구를 미친 듯 깨우고 다시 위를 올려다본다.

아무도 없다. 아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찔한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있었다.

이 새벽 시간에 10대로 보이는 어린 여자가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길지 않은 검은 머리 그리고 붉은 눈... 분명하다.  


몇 번 소리를 질러본다. 아무 인기척이 없다.

친구는 경비아저씨 온다며 나를 말린다.


철이 없었으나 사리 분별을 못할 지경은 아니었고, 술을 마셨으나 본 것을 왜곡할 만큼 취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스무 살에 겪기엔 참으로 기묘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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