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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Jun 27. 2023

기묘한 이야기 2

산중 여인

Scene#2


2001년의 늦은 가을이었다.

당시는 군복무 중이었고, 몇 달 후면 제대를 앞둔 병장이라 야외 훈련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그냥 좀 귀찮을 뿐...

 

그 해 진행된 대대 훈련의 첫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삼일 간의 야외 훈련 첫째 날 훈련을 마치고, 진지로 복귀하여 천막을 치고 좀 쉬려다 찰나 비상이 걸렸다.

911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역사의 중요한 한 장면이 일어났던 순간에 난 그러고 있었다.

그렇게 훈련은 중단되었고, 부대복귀 후 준비태세로 대기만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다시 훈련을 떠났다. 


그렇게 훈련을 떠난 날이었다. 


야외에서 며칠 숙영하는 훈련기간에는 아무래도 여러 곳에 인원이 분산되다 보니, 불침번을 서는 턴도 매우 짧았다.

그날은 자정쯤 한차례 불침번을 서고, 1시간 반의 두 턴을 지나 새벽 3시쯤이 또 순번이었다. 

길게 잠도 못 자니 산모기를 피해 차 안에서 후임과 쉬기로 했었고, 그렇게 우리는 산 중턱에 정차된 차 안으로 들어섰다.

5톤 트럭의 운전병이 후임이라 우리는 그 녀석의 차 안에서 후임이 운전석에 내가 조수석에 앉았다.




5톤 트럭의 운전자석 높이에서 옆 창문을 바라볼 때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장신의 여자가 있기는 할까?

키가 적어도 2.5미터는 넘어야 머리가 보일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곳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군사구역이었고, 그 시간 그 산속에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한 모두 남자들 뿐이었다. 

창 밖에 이 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하얀 옷을 입은 눈이 붉게 충혈되었으나 무섭지는 않은 그런 얼굴이었다.

그냥 바라만 볼 뿐 아무런 표정 변화도 제스처도 없었다. 


영화에서 보면 기절하고 까무러친다고 봤는데, 이상하게도 심장이 콩닥거릴 만큼 무섭지도 않았었다.

다만 보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괴로웠다.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봐야 하는 괴로움이 있었다.

그 순간

어어어... 하면서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처럼 발 킥을 하며 놀라 일어났다.


꿈이었나?

매우 피곤했던 차에 새벽에 근무를 서다 보니 가위에 눌린 듯 환영을 봤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선명해서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지금까지도 뇌리 속에 명확하게 남아 있다.


우리말에 신바람이라는 말이 있다. 통상적으로의 의미는 '흥겹고 생기가 돈다'는 말이다.

원래 굿 판에서 사용하던 말이 일상 표현된 된 것으로 무속 신앙의 세계에서 신이 들려 자신의 의지를 제어 못할 정도로 정신이 들뜬 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평소에 할 수 없던 초월적인 힘이나 역량이 나타날 때 쓰는 말이다. 

굳이 무속이나 토테미즘과 같은 종교적인 이야기로 전제하지 않아도 된다.


밤하늘에 셀 수 없이 무수히 떠 있는 별만큼 세상은 넓다. 

과학을 공부했지만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 아직도 넘쳐나는 세상이다. 

한편으로는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도 싶다.

그런 세상이기에 분명 설명할 수 없는 현상과 존재들이 있다고 믿는다. 

무신론자의 견해로 치부해도 좋으나 내 육감이 그렇게 자연스레 받아들였을 뿐이다. 


신기하게도 이십 대 초반 두 차례의 경험 이후 비슷한 상황조차 지금까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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