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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Oct 21. 2023

부산여행

친구들 가족 여행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세 딸아이가 최대 아홉 달 터울이다. 

혹여 계획적이었다 해도 하늘이 정하는 영역의 일이라 공교로움 만으로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딸아이가 백일 때 즘 처음 만난 후 내리 11년째 함께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학교나 동네 친구들과는 조금은 다른 관계를 아이들도 대를 이어 쌓아 가게 되었다. 


그 바탕에는 세 가정 부모의 배려와 노력이 늘 자리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부모들이 어린 시절 생각하지 못한 여유와 안정 속에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물론 부모들은 잔잔한 호수 위 백조의 우아함에 숨겨진 수면 아래의 물길질처럼 부단히 안간힘을 쏟아내고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를겠지만 말이다.


시간적이거나 공간적으로 길게 혹은 깊게 살펴보지 않아도 여행지에서 구경하고, 체험하고, 밥 먹고, 차 마시는 시간이 전부일 거 같은 세 가족의 여행이 기억에 자리 잡는다 생각되는 건 보이는 공감과 숨은 배려가 늘 바탕에 자리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행신 to 부산


시월이 되니 파주의 아침 공기가 제법 싸늘하게 느껴진다. 이번 여행은 기차로 이동하여 렌트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월요일까지 연휴인 토요일 아침이라 KTX 플랫폼에 도착해 보니 긴 추석 연휴에 이어진 휴일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다. 


행신역 출발_많이 걸을 생각에 트레킹화를 신은 아내와 딸아이

우리는 3박 4일 여행임에도 두 개을 케리어에 가득 짐을 챙겼다. 첫날 잠시 핀잔을 듣기는 했으나 필요한 짐들이었다.

행신에서 부산까지는 2:45분 예정이었으나 10분 정도 연착되어 11시 반에 도착했다. 

플랫폼을 나오자마자 부산하면 어묵이라며 애피타이저로 가볍게 배를 채우기 시작이다.   




일단 점심은 신발원에서... 그리고 송정 숙소


부산역에 도착하여 다수의 여행객으로 보이는 행렬이 길 건너 차이나타운 쪽으로 향한다.

유명한 식당이라 같은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우리도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세 가족이 만나기로 한 장소이자 이번 여행의 첫 장소라 먼저 도착한 우리가 웨이팅을 위해 급히 이동하였으나 이미 '신발원'이라는 식당 앞은 웨이팅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웨이팅 리스트에 한 페이지를 넘겨 예약을 한 후 약 30분을 기다린 뜻에 맞이한 각종 만두와 다양한 음식들은 기대가 너무 큰 탓인지 가성비 좋은 곳으로 생각되었고, 기분 좋은 여행의 맛집에서의 산뜻한 시작이었다.

 

송정 바다 앞 숙소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로 하여 지하철을 환승하고 택시를 타고 3시가 다 되어 도착한 숙소는 바다가 훤히 보이는 청량한 인상을 주었다. 

바다 쪽을 향하고 있는 넓은 유리문을 열어젖히자 10월 초이나 한낮의 열기 느껴짐과 동시에 송정 바다가 펼쳐지고, 바다 열차가 지나가는 광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숙소는 넓은 거실과 일렬로 3개의 방이 늘어져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으며, 현관에 들어서면 작은 당구대가 눈앞에 들어왔다. 아빠들은 본능적으로 큐대를 잡는다.

빨간 공 2개, 흰 공 1개, 노란 공 1개, 큐대도 2개, 쵸크도 무려 3개나... 있을 건 다 있으나 관리가 제대로 안된 탓인지 그 작은 다이 안에서 한 바퀴를 돌리기가 버거울 정도다. 그래도 오가며 잠시 틈이 생길 때면 거의 반사적으로 자연스레 큐대질을 하고 있다. 


 



송정 바다


간단히 간식을 먹고, 우리는 바닷가로 향했다.

송정 해수욕장은 폐장 이후라 그런지 사람들로 크게 붐비지는 않았으나 서핑을 탈 수 있는 좋은 파도를 품고 있어서인지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10월임에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은 바다를 만나자 신발을 벗고 자연스러운 이끌림으로  바다로 달려간다. 

그리고, 파도를 보는지 바닷속의 사람을 보는지 

잠시 관망하는 듯한 우리 아이들... 

 

처음부터 바라만 볼 생각은 아니었던 듯하다.

셋 중 누구 하나.. 눈에 보이는 한 번의 실수를 계기로 흠뻑 빠지고 싶었던 아이들은 엄마들의 간곡한 만류로 

겨우.. 발만 조금 많이 살짝? 담근 선에서 짧은 바다와의 만남은 마무리되었다.


송정바다와 사람들


집에서 아침에 걷는 습관이 이곳에서도 유효함을 느낀다.

어둠이 아직 내려앉아 있는 5시 반에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산책을 위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누구라도 깰세라 조용히 현관문을 나섰다.  

해가 뜨기 전에 숙소를 나왔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이른 아침의 검푸른 바다가 은근히 조화를 이루며 눈앞에 펼쳐진다.


바닷가 아침에 펼쳐진 광경은 예상된 그림과 예상 밖의 광경 하나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아 그 고요함 속에 눈에 띄는 쉬엄 없이 밀려드는 파도가 앞선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다 앞에 선 사람들이다. 

그분들은 아침 수영이거나 서핑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다.

한 무리의 분들은 서핑 준비를 다른 분들은 수영으로 바다에 뛰어들 준비 운동 중이시다. 

더불어 군대 시절 전방에 함성 발사와 같은 "이야~~" 하는 함성 소리도 들린다.


잠시 생각해 보니, 우리는 어두컴컴한 새벽에 산에 오르거나 바닷가에 가서도 그런 사람들을 참 쉽게 만나는 그런 곳에 산다. 평범한 그러나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은 나라에 산다. 




"부산으로 오시라"고 오시리아역


한산하여 놀기 좋은 롯데월드


부산 일정 중 하루는 롯데월드를 가기로 계획했었다. 

지난해 개장한 놀이동산을 작으나 깨끗하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급할 거 없는 놀이동산이었다.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뛰기 시작했고, 어른들도 덩달아 뛴다 다행히 기온이 포근하면서도 흐린 날이라 놀이 기구를 타면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날이었다. 



세 아이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고, 후에 한 친구가 아들은 낳아 총 열식구의 여행이 된 지도 꽤 되었으나, 아무래도 딸아이들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막내는 이곳 롯데월드에 있는 멋진 디트로네 전동차에서 놀이동산을 즐길 수 있었다.



X The SKY, 세상에서 가장 높은 스타벅스


100층에서의 방탈출.


숙소 앞에서 두량짜리 의자가 바다를 향해서만 놓여있는 해안 열차를 타고 해운대로 이동한다. 

운전대를 내려놓고 이동하며 열차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편안함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는 듯하다.

전망대에 올라 산에 올라야 보일 정도의 바다와 도시를 구경하는 것도 좋으나, 역시 아이들은 100층에서 진행하는 방탈출 게임에 더 흥미가 있는 듯싶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니 1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전망보다 100층 입점한 스벅이 더 궁금하긴 했다.

올라가면서 궁금했던 부분인데, 100층에서의 커피 값은 아래와 다르지 않았다.

투명차에서 바라보는 까마득히 보이는 모래사장은 처음 올라서 나도 내려다 보기가 거북할 정도라 결국 몇 식구가 못 올라서 정도니 충분히 아찔하다 싶었는데, 역시 아이들은 거리낌이 없다.

X The SKY & 스벅

발아래 해운대가 내려다 보이고 주변 고층 건물들도 쉽게 작게 만들어 버린다.


해운대와 전망 볼 줄 아는 막내

편안한 휴양지도 좋지만 어느 지역을 갔을 때, 보다 다양하고 많은 곳을 다니고자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많이 보고 경험하길 바라서이다. 그리고 주변과 사람들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잠시 지나치는 여행지에서의 순간일지라도 그 안에서 아이들의 생각은 자라고, 성장하며 배운다.   




여행에서 중요한 즐거움 중 하나는 먹거리다.


이번 여행의 숙소인 송정바다와 해운대에서 먹게 된 음식들이다. 음식도 함께 할 때 더 맛이 나는 법이다.  


가연미역국;  이곳에서 처음 접하게 된 가자미 미역국은 일품이다. 더 이상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진하고 특별한 국물과 살점이 덩어리채 뜨거운 뚝배기 안에서 살아있는 것을 보면 반건조 가자미에 뭔가 비밀이 있는 듯도 싶다. 다음에 가게 되더라고 다시 찾을 집이었다.

가연미역국


거대갈비; 가격이 있긴 해도 값어치를 하는 맛이 있다. 한낮에 친구들과 고기를 구우며 반주 한잔이 더할 나위 없이 입맛 당기는 맛이었다. 고기는 직원분들이 구워 주셔서 편하게 먹을 수도 있었다.


거대갈비

상국이네 떡볶이; 연신 가마솥에서 끊여서 옮겨지는 끔 지막 한 떡과 두툼한 어묵이 매콤 달콤 소스와 잘 어울리는 맛이다.

수변최고 돼지국밥; 돌아오는 날 아침 든든한 한 끼를 선사해 준 돼지국밥. 항정살이 들어갈 돼지국밥은 처음인데 비릿한 냄새가 전혀 없었고, 국물 맛은 예상대로 진국이었다. 


상국이네 떡볶이와 수변최고 돼지국밥




아듀 부산


세 가족의 여섯 부모 중 나와 친구 하나가 후배와 결혼을 했으니, 이미 다섯은 아는 사람들로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가장 큰 것 중 한 가지가 친구들 가족들과의 여행이다.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안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 우선순위에 한 공감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 간 관계도 자칫하면 틀어질 수 있는데, 가족 모임은 정말이지 모든 가족이 노력해야만 한다.


연인, 가족, 친구도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불화가 끊이지 않으며, 일부의 지속적인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는 관계들은 곧 무너진다. 외사랑이 지나치면 스토커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결에서 보면 지금의 친구들 모임은 지난 시간을 되새겨 보기도 하나 앞으로를 더 생각하는 모임이다. 

지난 얘기들을 술자리의 안주처럼 삼으면서도 미래를 이야기하고 계획한다. 


우리는 일 년에 4~5번을 만나고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곤 1~2번은 여행을 함께 했다.

'함께한다'는 것은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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