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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로 Jun 16. 2023

[미국서부여행] 예술 그 자체, 요세미티

숲 속 여신이 살고 있다면 이곳

서부에 왔으면 꼭 한번 가고 싶었던 곳. 요세미티벨리에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전 일부로 검색도 많이 하지 않았어요. 남편은 계획을 짜야하지 않냐며 재촉했지만 저는 미리 사진조차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머릿속 어떠한 필터도 없이 요세미티의 첫인상을 직접 느끼고 싶었거든요. ‘아이와 가기 좋은 트레킹코스’로 검색해서 왕복시간만 확인 후 3 군대정도만 꼽아놓았습니다.




요세미티는 정말.. 그동안 다닌 여행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랜드캐니언이 웅장한 아빠 같다면 요세미티는 숲엄마 품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라 할까요. 거대한 절벽은 섬세한 조각 같았고, 폭포이름이 브라이덜베일이라고 붙여질정도로 순백의 신부가 연상되었으며 숲 속 여신이 살고 있다면 이곳이겠다 싶었습니다. 거대하면서도 아늑했고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곳이었어요.


하프돔, 엘캐피탄부터 숲 속의 쓰러진 통나무까지 모든 것이 예술작품 같았습니다. 어쩜 그렇게 감각적인지.. 어떤 인테리어사진을 봐도 이것보다 멋질 수는 없을 거예요. 중간중간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도 집에 가지고 가고 싶을 만큼 예쁘더라고요~

감탄만 나옵니다...  너무아름답지않나요.
바위와 나무. 놓여지고 쓰러진 모습 자체로 작품입니다.




1. 숙소 - Valley Lodge

요세미티에 가신다면 국립공원 안에 있는 숙소를 잡으시기를 강추드립니다. 저희는 첫째 날은 근교 마리포사에서, 둘째 날은 밸리로지에서 지냈는데 국립공원 안에 숙소가 있는 게 정말 편했습니다. 쉬면서 트레킹코스를 하나씩 움직이기도 좋고  식당/자전거대여/셔틀버스 이용도 잘되어있고 국립공원 나갔다 들어오는 시간도 아낄 수 있어요. (어디든 입지가 중요!) 대표숙소로는 밸리로지, 커리빌리지, 아와니가 있는데  숙소 형태와 가격이 다르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벨리로지는 많이 낡았을 줄 알았는데 깨끗하고 아늑했습니다. 창밖에 초록초록한 나무들과 요세미티 fall이 살짝 보이는 뷰가 “그래, 이거지”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아. 무. 것. 도 안 하고 테라스에 앉아서 경치만 보고 있어도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나중에 꼭 저런 초록뷰를 가진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밸리롯지. 테라스에서 바라본 초록초록 숲.


숙소바로 앞에는 자전거대여점이 있었어요. 마지막날 5시간 정도 빌려 자전거를 탔는데 요세미티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시간입니다. 아직 첫째가 두발자전거를 타지 못해 뒤에 트레일러에 5세 1세를 같이 태워 다녔습니다. 이제 슬슬 두발자전거 연습을 시켜 다음번 요세미티여행에서는 첫째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좋겠어요. (다음 달에도 요세미티 예약해 놨답니다~!)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예쁜 곳이 나오면 내려서 놀고, 레스토랑이 보이면 내려서 먹었어요. 우린 자유여행으로 온 건데.. ‘이’ 시간이 진정한 자유여행 코너 같았습니다. 신혼 때 남편과 이탈리아 남부에서 스쿠터를 빌려 포지타노에서 아말피까지 달렸던 추억이 있는데요, 아이 둘을 태우고 자전거를 타는데 옛날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때와 마찬가지로 남편이 앞장서고 저는 뒷모습을 보고 달리는데 여전히 든든함과 행복감이 드는 걸 보니 결혼 9년 차.. 아직 잘 살고 있나 봅니다~


자전거만 타면 자는아이들과ㅋㅋ 커리빌리지에 잠시들려 먹었던 타코


2.  Yosemite Lower Fall

평지 위주 짧은 코스로 편안하게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왼쪽엔 남편키보다도 훌쩍 큰 바위들이 오른쪽에는 냇가와 큰 나무들이 놓여있어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안개미스트가 얼굴에 분사되고 폭포 앞에서는 세찬 비바람처럼 얼굴과 머리카락까지 젖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7시 딸과 산책코스로 또 한 번 걸었습니다. 밸리로지 숙소 바로 앞이었거든요. 안 그래도 맑은 숲 속인데 새벽공기는 더 시원하고 깨끗했습니다. 딸과 둘이 손잡고 폭포 앞에서 쌍무지개를 보고 있는데 꼭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딸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되는 한 장면이 되기를 :)


행운의 쌍무지개


3.   Mirror Lake

첫날부터 힘들게 5시간 트래킹을 했던 5세 딸이 더 이상 걷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끌고 가려는 이 엄마는 머리를 굴립니다. 무서운 얘기를 좋아하는 딸에게 미러레이크괴담을 만들어내죠ㅎㅎ


- 엄마표 미러레이크 괴담-
거울처럼 비치는 호수가 있는데 아이들이 오면 갑자기 유령얼굴이 보이면서 손이 나와 아이들을 물속으로 데리고 가려고 한다 (아주 상투적인 스토리)


괴담의 효과는 좋았습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고 둘째를 안고 30분 넘게 서있으며 피곤해지려고 할 즈음 17번 미러레이크에 도착했어요. 미러레이크도 유모차, 씽씽이를 타고 다니기 좋은 코스입니다. 첫째 날 마리포사그로브에서 만나 서로 사진 찍어주고 인사했던 딸넷아들하나 외국인가족이 있었는데, 미러레이크에서 또 만난 거예요. 그 아빠가 저희를 먼저 알아보며 어떻게 여기서 또 만나냐, 둘째 아가가 귀여워서 기억에 남았다 하며 반가워해줘서 저희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시 만났다고 이번엔 핸드폰 세로, 가로 바꿔가며 더 열정적으로 가족사진을 찍어주시더라고요~ 이날 날씨가 살짝 흐려져서 과연 경치가 호수에 비칠까 싶었는데 햇빛과 상관이 없었어요~ 이곳의 호수만 반사되는 현상이 참 신기하더라고요. 호수를 한참 바라보던 딸이 저에게 한말은.. “왜 고스트 안 보여?”였습니다. 햇빛이 없어서 인가 봐.. 얼버무렸네요 :)


4. 마리포사그로브

마리포사는 요세미티국립공원에서 40분 정도 차로 떨어진 마을입니다. Giant tree가 유명해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려 했는데 다음 주부터 운행이라는 공지글이ㅠㅠ 얼마나 먼지 가늠하지 못하고 모르는 게 용감하다고 둘째는 아기띠에 첫째는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합니다. 힘들다고 징징대는 첫째를 어르고 달래 2시간 정도 겨우겨우 올라갔는데 도착한 그곳은 셔틀버스 도착장소이자 트래킹 시작하는 곳이었어요... 그냥 내려갈까 싶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유명하다는 나무는 보고 가야지! 하며 1시간을 더 올라갔습니다. 2시간 정도 걸어야지 했는데 왕복 5시간 트래킹이었네요. 그래도 마지막엔 첫째를 업어주겠다 해도 자기 스스로 끝까지 걸어내려가고 싶다는 의젓한 모습을 보여 한차례 또 성장했구나 싶었습니다.

아무 장비없이 나뭇가지 하나 줍고 아기띠 매고 걷기 (걷지못하는 12개월 아가)




평상시 걷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저인데.. 요세미티에서는 계속 걷고 싶었고, 걸으면 걸을수록 힐링이 되었습니다. 걷기 좋은 곳이란, 걷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공간은? 도시계획의 중요성, 앞으로 나는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까지도 흘러가게 되더라고요. 여행 후 집에 돌아와 #당신을위한것이나당신의것은아닌 #어디서살것인가 두 권을 꺼내 읽었습니다.


7월에 다시 가면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나는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기대가 되는 요세미티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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