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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작가 Dec 07. 2022

엄마의 시집살이 2

애처로운 삶

  유난히 차 냄새가 좋지 않은 직행버스에 올랐다. 고모가 이사하는 날이다. 딸 이사하는데 친정엄마가 가면 못 산다는 말이 있다며 할머니는 엄마, 아빠 그리고 나를 고모가 이사하는 집으로 보내셨다. 내 기억에 그 집은 마당 안쪽을 가로질러 가서 미닫이문을 열면 바로 큰 방이 보였던 집이었다. 아마도 주인 세대는 따로 있었지 싶다.




  이사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고모가 연탄가스를 마셨다는 전화가 왔다. 그 당시 고모는 둘째 임신 중이었고 고모부와 사촌 동생은 다행히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고모는 임신중절 수술을 했고 연탄가스 중독으로 정신병이라는 후유증을 얻었다. 그런 고모를 병원에서 퇴원시켜 우리 집에 데려왔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딸이 안타까워 데려왔는지, 고모부가 힘들다고 떠넘겼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전자이지 싶다. 


  엄마에게 짐이 얹혔다. 큰 짐. 감당하기 버거운 큰 짐.

  고모는 혼자 웃다가 욕을 퍼붓고 마당에서 놀고 있는 어린 우리를 일부러 밀어 넘어트리기도 했다. 정말 엄마 없이는 집에 있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 


  3대 7명이 사는 집에 고모까지 가족이 8명이 되었다. 대가족 식사는 물론 집안일, 육아, 농사일까지 생각해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우리 엄마 참 고된 삶을 살았구나.


  식사 준비만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밥상. 엄마와 우리 삼 남매 밥상. 고모 밥상. 상을 세 개나 차렸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다. 학교 가는 길은 동네 회관을 지나야 했다. 학교에 가다 보니 고모 밥상이 회관 마당에 내팽개쳐 있었다. 고모로 인해 우리 집은 항시 바람 잘 날 없이 우울했다. 


  친구들이 우리 집에 절대 놀러 오지 않았다. 정신병 고모가 있는 집에 어떤 부모가 해코지할지 모르는데 보내겠는가. 하루는 동네 친구와 집 밖에서 노는데 고모가 쇠스랑을 들고 친구에게 달려들었다. 엄마가 봤으니 망정이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다. 고모의 만행은 그뿐이 아니었다. 한밤중에 집 담벼락에 불을 지르고 할머니를 농기구로 때려서 머리에 피가 나고 등등 너무 많다. 할머니가 다치셔서 병원에 갈 때는 이웃집 할머니 댁에 우리를 맡겨 놓고 가셨다. 누구에게 맡기지 못한 날은 사랑방에 삼 남매를 두고 자물쇠로 미닫이문을 잠그고 가시는 날도 있었다. 어린 마음에 '고모가 와서 문을 열려고 하면 어떡하지?' 동생들에게 조용히 하자고 했다.


  퍽퍽한 삶.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충분한 이혼 사유가 될 텐데 엄마가 견뎌냈던 이유는 자식들 때문이지 싶다.




  한참 뒤 고모는 정신요양시설에 보내졌다. 고모부는 고모를 챙기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고모의 보호자였다. 그곳에 고모를 보내 놓고 매년 5월, 그리고 체육대회가 되면 음식을 싸들고 면회를 갔다. 정신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게 아니란 걸 잘 안다. 하지만 고모로 인해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다.


  누군가에게 하소연해서 내 삶이 이러이러했으니 측은하게 보라는 글이 아니다. 환갑이 지난 엄마가 앞으로는 더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엄마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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