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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요 Jun 18. 2021

가난한 마음을 움직이는 맛

83-1번지 산책

맨 처음 놓이는 돌은

토마토 케찹 같은 심장을

눌러찍으며 열려 있다 


안심하고 드세요!


가난한 마음을 움직이는 맛은

깊고 시원한 라면과 함께

제일 긴 면발의 끝에서 허물을 바치러 

새벽을 기다리는 이들의

속을 내뱉으며 온다 


절절 끓는 달은 항상

지문을 벗어놓고 살아왔다 




-

이번 주 제 손에 잡힌 재료들은 문태준 시인의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가 프린트된 이면지, 제1제면소 소면 봉지, 3양라면 봉지, 햄버거 배달 상자에 붙어 있는 스티커들과 골판지에 프린트된 패스트푸드의 아이콘들, 토마토케찹 껍질, 새벽에 찍은 커피사진이었습니다. 


항상 그곳에서 먹을 것을 만들라고 온몸을 내어주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기름진 감자튀김과 햄버거와 열량 높은 탄산음료, 깊고 시원한 맛을 내는 나트륨 가득한 라면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가난한 마음은, 어떤 맛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맨 처음 내 심장에 놓이는 돌이 청록색 산 위에 뜬 은빛 달이 되는 일은 어쩌면 가스레인지불처럼 절절 끓고 수도관에서 나오는 물처럼 철철 흘려보내는 일이 아니라 아주 조금씩 멀어지고 희미해지며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문을 들여다보고 또렷이 찍는 일이 아니라

지문을 벗어놓는 일. 


그러면 또 알아요?

누군가 와서 그 무늬를 읽어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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