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 꼭 그런 사람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더라. 사회에서 그런 사람들은 안 보면 그만이었는데 학부모 세계에서는 그럴 수 없다. 사람이 이렇게 까지 싫어질 수 있나 할 정도로 싫은데 학교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안 볼 수 없다. 그래서 직장 동료인 셈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더 나가면 사장님까지.
같이 일하다 보면 사람이 좋아서 일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갖은 트러블이 생겨 불편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상황을 이상적으로 판단해 보면, 각자 입장이 달라서 생겨난 오해인 게 분명하다. 본인들 관점에서만 생각해서 서로 잘났다고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일수록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나는 나대로 강인하게 삶을 지켜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삶을 생각하는 방향과 가치관은 모두 다른 거니까.
사진출처 : 픽사 베이
사람을 볼 때 나만의 선입견이 생겼다. 첫인상이 그대로 갈 때가 많다. 친절을 베풀려고 어느 노력도 하지 않는 그런 단조로운 관계가 더 진솔하고 좋을 때가 있다. 호의와 친절을 베풀고서는 혼자 상처받았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 하는 사람도 있는데. 공감해 주기 어렵다. 이만큼 해주었는데 그만큼 안 해줬다고 억울 해하는 건 애초부터 호의를 베풀었던 사람의 몫아닌가? 그래서인지 처음 만났을 때 지나치게 하이톤으로 반갑게 인사하거나 말이 많은 사람(친해지면 내가 말이 많아진다)은 일단 마음에서 걸러진다. 밝은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엔 유쾌하고 성격 좋고 할 것 같지만. 그 뒤에 기대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많이 봤다. 특히 학부모들 간에서. (물론 모든 밝은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온갖 근거를 가지고 따지며 본인의 상황만 맞다고 열 분을 토해내는 것도 공감해 주기 어렵다. 듣고 보면 참 본인의 아이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아이가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하지 않고, 상대에게 당하고 피해본 것에만 집중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내 아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것에 집중해서 아이의 친구관계 교육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 간의 관계를 피할 수 없을뿐더러 나 또한 아이를 위한 관계유지는 해야 하므로 커피 마시며 가식적으로 웃고 있기도 하다. 만날 때마다 반 담임이야기, 다른 아이 욕, 작고 작은 사건들 듣고 싶지 않은, 모르는 게 마음 편한 사건들을 듣고 있으면 참으로 피곤하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들어오는 날에 기분이 좋아야 하는 게 당연한데. 참으로 생각이 많아지고 힘들어지는 하루가 된다. 이쯤 되면 내가 문제가 있나 싶을 때도 있다. 인간관계가 이리도 복잡한 건지. 상처받지 않으려고 생각도 많고 무던한 노력을 하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불쌍하기도 하다.
어느 날 좋은 날의 브런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마시자 브런치 하자 아줌마들이 불러주면 또 실실거리며 기분 좋아 나가게 되는 이 아이러니함. 나부터 말조심하고 슬기롭게 저학년 학부모 부대에 정신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