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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스크 Mar 30. 2023

기침하는 너의 보초를 서고 있어

이 밤의 끝을 잡고

 벌써 3일째 밤.


따듯했던 날씨가 다시금 쌀쌀해진 탓인지. 전에 겪지 않았던 미세먼지에 기관지가 자극된 것인지. 원래 있던 비염도 업그레이드된 나의 아가야. 오늘도 나는 잠이 들어도 셀 수 없이 기침을 하는 너의 옆 차가운 방바닥에 앉아 보초를 서고 있어.

나도 모르게 중간중간 성질이 나지만 이 작은 몸으로 제대로 기침을 뱉어내지 못하는 네가 안쓰럽고 또 안쓰럽구나.


 분명 낮에는 기침도 별로 없고 컨디션이 좋았는데 밤만 되면 귀신같이 늘어나는 기침에 살짝 두려웠는데. 과한 걱정이 현실이 된 건지 결국 기침하다 토를 하고는 잔뜩 지쳐버린 너를 하염없이 바라만 본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찰떡 같이 잘 듣는다는 손가락 호일밴드도 네겐 소용이 없는 건지. 상체를 높여서 자야 콧물이 흘러들어 가지 않아 기침이 멈춘다는 말에 결국 너를 안락의자에 앉혀 재워보는 중이야. 고로롱 고롱. 네 숨결마다 코로 부는 피리소리가 오늘만큼은 정말 반갑지가 않구나.


 밤새 흘린 땀 때문인지 머리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가 다른 친구들에게 불편을 줄까 봐 꾸역꾸역 시킨 샤워때문이었나. 꼭꼭 씹어먹으라며 들들 볶아댄 저녁을 급하게 먹은 탓이었나. 깊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너를 바라보며 오늘 밤 엄마는 별 하나에 내 실수 하나 별 하나에 내 잘못하나를 헤아려본다.


 오늘 나의 밤은 길어도 너의 밤은 단꿈에 젖어 금방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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