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어려움

100일 글쓰기를 하는 중입니다

by 나나스크

글쓰기가 어려운 점은 머릿속에서 머물 때는 꽤 근사해 보였던 생각이 글로 옮겨져 나름의 형식을 갖추게 되면 더 이상 근사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용두사미... 글을 시작할 땐 분명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글이 길어질수록 메시지는 공중분해되어 가는 듯 보인다. 길게 써 내려갔기에 그냥 지워버릴 순 없는 마음에 글을 마무리하니 결국 끝이 흐지부지하다.

오늘은 또 어떤 글을 쓰다가 길을 헤맬지 궁금한 마음보다는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 보니 써보고 싶었던 내용들은 점점 서랍 속에 쌓이고 쌓여 언제 빛을 볼지 모르겠다.





그래도 글이기에 어느 정도 분량은 되어야지 욕심을 부리다가 해야 할 이야기 안 해도 될 이야기의 분간이 안될 때도 많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밑밥을 까느라 글이 길어지고 길어지다 못해 내용자체가 바뀌는 것도 왕왕 경험했다. 말과 글이 이렇게나 다르다. 말은 내용이 길어져도 전달하는 목소리나 톤으로 이끌어갈 수 있지만 다른 장치 없이 글만으로 설득력 있게 긴 호흡을 가져가기가 어렵다. 어찌 보면 나 같은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당연한 일에도 실망을 할 수밖에 없다.

매일 글쓰기에 도전하고 어떻게든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어떠한 보상이 없는 노력이라는 것이 스스로 만든 약속을 깨고 싶은 충동도 일게 한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반응이 없더라도 일단 해보자고 다짐했으니까 (벌써 3번 약속을 저버렸지만) 지금까지 38일째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부디 나의 노력이 언젠가 생각하지 못한 박 씨가 되어 돌아오기를 내심 기대하지 않는다면 새빨간 거짓말일 테지.

이 많은 글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100일 후에 내 기분이 좋아질 거리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려워도,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도 그냥 열심히 써보자. 내 아이가 두 발 자전거를 배우는데 꼬박 3달이 걸렸다. 처음 한 달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봤다가 그다음 한 달은 점점 아이가 미워지는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지막 한 달에는 뭔가 다른 수를 써야 하지 않나 했는데 그때 마침 아이가 감을 잡았다. 몸을 잘 쓰지 못하는 아이라 매일을 연습해도 될까 말까인데 주말에만 겨우 30분을 투자했다. 어쨌든 한 번 몸이 익히게 되니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제법 잘 탄다. 그 3달 동안 힘들었던 건 아이에게 어떤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고 담담히 바라보는 의젓한 부모의 마음이었다.

내가 쓴 글들도 어찌 보면 내 자식들이다. 내 손가락 끝에서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졌으니. 내 글들이 사랑받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많이 읽히지 못하니 속이 탄다. 이런 글밖에 쓸 수 없는 나 자신을 타박하고 싶지만 100일 글쓰기를 하는 동안은 좀 기다려주고 싶다. 아이를 기다려준 3달만큼 나도 나 자신을 기다려줘야지. 결국 3달 후에 잘 쓰지 않게 된다고 해도 매일 글쓰기 루틴이 습관으로 남았다면 잘 된 일이다. 남들에겐 어떨지 몰라도 나에겐 내가 쓴 글들이 참 재미있다. 내가 쓴 글들을 읽느라 심심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러니까 글쓰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열심히 쓰겠다는 나에게 하는 작은 다짐 같은 거다. 어려워도 참고해봐야 조금이라도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더 좋아질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사실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