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모금 겨우 마신 날

목마른 사슴이 아니어서

by 나나스크



지난 3월부터 함께 운동하는 지인들과 운동 선생님의 감시아래에 운동과 식단 인증을 하고 있다. 식단에서 중요한 점은 매 끼니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챙겨 먹는지와 수분섭취다.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과 섭취한 모든 간식을 적고 제일 마지막에는 하루동안 마신 총물량을 적는다.



저녁 9시. 식단 인증 시간이다. 이런... 오전에 마신 물 한 컵을 제외하고 한 모금도 물을 마시지 않았다. 어떡하지. 끔찍스러운 소리이긴 하지만 나에겐 고문과 같은 물 마시기가 시작된다. 9시 인증 시간이 다되어서 혹은 되기 조금 전에 하루 물량을 알아차리고 득달같이 취해지는 조치다.


함께 인증하는 지인 중에서 내가 물 섭취량이 가장 적다. 그들은 나에게 놀라고 나는 그들에게 놀란다. 기본 1.5리터 이상. 심심치 않게 2리터의 물 인증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마세요?"


물 먹는 하마도 아니고 어떻게 물을 이렇게 잘 마실 수 있지.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걸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목이 잘 마르지 않다. 직업 특성상 말을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목이 잘 마르지 않다. 그리고 물이 맛이 없다. 물 특유의 그 물맛이 나에게는 맛이 없다. 보리차나 물 대신 마실만한 차로 대체하기에 난 너무 게으르다. 지금도 트롤리에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훌쩍 지나버린 호박차, 루이보스차 티백들이 보인다. 언젠가는 정리해야지 싶은데 아까운 마음에 유통기한 차 마셔도 되나요?를 네이버에 검색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의 효능 혹은 물이 부족하면 안 좋은 점 등등.. 물에 관한 검색어는 다양하다. 그러면 뭐 하나. 하루가 다 지나도록 물 한 모금 안 먹는 일상을 바꾸기가 정말 쉽지 않다. 물 외에 다른 음료들은 잘 마신다. 특히 커피가 그렇다. 지금은 식단 인증 때문에라도 일부러 설탕이 들어간 달콤한 음료는 자제하는 중이다. 그럼 가장 만만한 마실거리는 단연 커피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용량은 10분 컷. 너무 빨리 마시면 뒷골이 땅기니까. 갑작스러운 화장실을 유발할까 싶어 우유가 들어간 라떼는 조심스럽고, 내가 좋아하는 귀리우유를 넣은 라떼을 좋아한다.



9시를 기준으로 갑작스럽게 들이부은 물은 결국 탈이 난다. 잠자리에 들기 전 화장실을 들락날락. 마지막에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해도 급히 먹은 물이 계속 화장실을 부른다. 오늘은 과연 몇 번이면 진정이 될지. 그래도 화장실을 잘 참는 편이라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



이번 주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인증이 끝난다. 덕분에 안 마시는 물을 조금이라도 마시려 노력을 했는데 끝나고 나서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인증이 끝나면 이상하게도 매일 하던 운동이 갑자기 큰 일처럼 느껴지고 그렇게 1시간 하던 운동이 40분에서 점점 줄어든다. 신경 썼던 식단은 예전 습관으로 어느 정도 돌아가고 물을 또 한 모금도 안 마시는 날들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주는 부디 물을 마시는 한 주가 되기를! 우리 몸의 70퍼센트가 물이라는데. 더운 여름에 땀을 질질 흘리며 시들지 말고 틈틈이 수분 보충을 하기를 바란다. 내일은 밤 잠 자기 전 여러 번 화장실에 가는 수고스러운 일이 없기를 바라며 컵에 남은 물 마저 마시고 꿈나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