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의 설렘

2025 summer zumba party

by 나나스크



한참을 기다리던 영화가 나오기 전 예고편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 하다. 간략한 시놉시스를 읽고 나서 실제 영화가 어찌 되었든 내 머릿속에 펼쳐지는 나만의 전개로 흥분이 감돈다.

일반적인 거리의 관계에서 갑작스럽든 혹은 잔잔하게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나아가는 단계. 다시 말해 썸 타는 중인 때가 제일 싱그럽고 설렌다. 남자친구가 될 것 인가 말 것인가. 이건 무슨 의미일까. 확실하지 않은 데서 오는 긴장감 속에서 기상부터 잠들기 전까지 느슨했다가 팽팽했다가. 쉴 새 없이 터지는 도파민의 소용돌이 속에서 쿵쾅대는 심장소리의 기억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이틀 뒤 토요일이면 한 달 여를 기다려온 줌바파티날이다. 2년 전 3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나의 월수금 오전을 차지하고 있는 줌바. 봄도 오고 기분은 항상 저기압이었던 그때 새로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덜컥 수강신청을 했고 혹시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실내용 운동화는 따로 챙겨가지 않는 치밀함을 발휘했다. 혼자 맨 뒷자리에서 양말을 신고 겨우겨우 박자를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줌바를 해서 땀이 난 건지 닫힌 공간에 31명의 사람들이 있어서 난 건지 (아마도 후자겠지). 어쨌든 첫 수업이 끝나고 한달음에 운동화를 사러 갔다.

첫 수업을 듣고 난 다음날, 하루 종일 기분이 들떴다. 두 번째 시간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잘 따라 할 수 있으려나? 그 노래가 좋았는데 잘 들어봐야지 등등. 나도 모르게 줌바수업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30명의 얼굴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고 인사를 하게 되고 반복되는 동작들을 알아차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덩그러니 혼자 서 있던 시간에 주변 분들과 스몰톡을 하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줌바 덕분에 많은 게 바뀌었다.

매년 여름이면 우리 줌바선생님과 함께 연습하시는 선생님들이 파티를 기획하신다. 작년에는 근처에 있는 공원의 야외무대에서 장장 2시간을 쉬지 않고 내리 줌바를 했다. 6월 첫날이었지만 이르게 찾아온 더위로 그늘 없는 땡볕에서 계속해서 뛰고 흔들고 춤을 췄다. 파티 후에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팠지만 신나는 운동회를 막 끝낸 아이처럼 다음 파티가 무척 기다려졌다.


특히나 작년에는 한창 공인중개사 시험을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티 준비라고 할 것도 없이 하루 재미있게 놀았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함께 운동하는 동생이 선생님께 응원이 될만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싶어 했다. 응원문구를 적은 종이를 핀처럼 만들어 파티날 다 같이 착용하고 싶다며 본인이 준비한 디자인에 내 의견을 묻는다. 문구부터 글자폰트, 글씨 색깔, 테두리 색깔 등등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냈다. 학창 시절에 환경미화를 핑계로 밤늦게 까지 학교에 남아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몹시 진지했던 그 순간들처럼 동생과 같이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디자인이 마무리되었다. 완성된 디자인을 인쇄하고 코팅을 하고 가위질까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지만 하나도 귀찮지 않고 오히려 정말 재미있었다.

파티날 준비한 머리핀을 보고 선생님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하다. 다 함께 맞춘 티셔츠를 입고 신나는 음악에 박자를 맞추고 구호를 외칠 생각을 하니 얼른 글을 마무리하고 잠을 청해야겠다. 그래야 파티날이 빨리 올 테니까! 2년 전 허우적거리던 때에 비하면 내 춤사위도 조금은 발전이 있었으면. 잘 추든 못 추든 즐겁게 추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내일은 단 하루 남은 줌바 파티 전야의 두근거림을 충분히 만끽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