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하고 6개월이 되어가고 있나? 이제 그것도 가물가물하다. 일주일에 두 번 글쓰기를 해왔다. 그리고 몇 주째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찝찝함에 얼른 프로필을 변경했다.
'월요일 목요일에 만나요'를 과감히 삭제했다. 실행력이 좋다고 해야 할까?
지난 말에 새해에는 조금 더 계획적인 인간이 되어보자며 아주 두터운 일정계획표를 구매했다. 하루 일과를 꼼꼼히 정리하면서 어떤 하루를 보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등등을 점검하며 '더 나은 내가 되자'는 매우 진부한, 누군가 한 번쯤은 당연히 생각해 봤을 만한 이유로 말이다. 결국 다이어리는 매일매일 되풀이는 되는 스케줄을 적는데만 사용될 뿐 오늘하루가 어땠는지의 소회를 적을만한 기력도 여유도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리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미국 생활에서 느끼고 지내왔던 과거를 차분히 정리하고 털어내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 방대한 양에 압도되기도 하고 지나간 과거에 너무 발목 잡히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 방정리를 깨끗이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정리가 서랍하나에서 튀어나온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을 보고 깜짝 놀라 지레 겁을 먹고 정리고 나발이고 다시 물건들을 서랍에 대충 우겨놓고 드르륵 탁! 하고 닫아버리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방정리를 하려고 했으면 꼭 방정리를 끝내야만 하는 걸까. 오늘 하루는 서랍 하나정도로 만족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루에 서랍 하나씩, 옷장 한 칸씩 정리하다 보면 그 하루들이 모여 방정리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사소하고 미련한 완벽을 가장한 미루기를 그만두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오! 그때 조금씩 정리하길 잘했네' 하는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고 내가 하고 싶어 시작한 일에 지레 겁을 먹고 걱정하고 슬그머니 그만두고 싶어 하는 나. 역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나인 것인가. 나를 가장 피곤하게 하는 것도 그럼 그렇지 하며 나를 포기하는 것도 나인 것일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지하철에 몸을 싣고 조용히 핸드폰으로 작성하는 글이 굉장히 반갑다. 일주일에 두 번 글쓰기는 지금 힘들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괴로운 마음에 글쓰기를 멀리하느니 이렇게라도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 내가 아이에게 항상 하는 말처럼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하다 보면 결국 잘할 수 있다는 격려를 나에게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