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백수

교환학생

by 싱가

수업 어려워짐 | 전공 잘 맞음 | 축제 | 질림을 모르는 사람 | 적당백수 | 여행 | 1년 전 | 한국은 벚꽃이 피고 있다는데


수업이 어려워졌다. 얼떨결에 지난 쿼터(학기)보다 더 난이도가 더 높은 심리학 전공 3개를 듣게 되었는데… 하나는 뭐 무난무난하고, 하나는 행동과 관련한 신경생물학 쪽을 배우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매주 논문 리딩을 해야 하고, 수업 시간에는 교수님이 랩을 하시기 때문에 필기를 하다가도 뭐라는 건지 모르겠는 순간이 종종 있다…. 마지막 수업 하나는 수강정정을 하면서 듣게 된 수업인데, ppt 슬라이드도 마이크도 없이 2시간 50분 동안 교수님의 프리스타일 랩을 들어야 한다. 안 되겠어서 클로바노트를 켜서 녹음을 하면서 강의를 듣는다.

나는 영어에 딱히 어려움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런 학술적인 영어는 아직까지 저에게는 조금 어려웠네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은 (아직까지) 재미있다! 나는 심리학이 재밌고 좋다. 업으로 삼을 만큼 강력하지 않은 것뿐이지 전공적합성은 참 높은 것 같다. 심리학 중에서는 특히 뇌과학이나 신경생물학 쪽이 흥미롭다.

사람의 심리적 기제 / 행동을 뇌나 생물학으로 전부 설명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인과관계가 너무 모호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과학적 지식을 사용해서 인과관계를 나타내고자 하는 시도가 좋음.. 개강 2주차라 아직 수업의 겉핥기 수준이지만, 지금 듣고 있는 수업들은 이런 측면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배우는 거라 나름 기분좋게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언어와 인간의 사고/행동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도 재미있다. 여기 와서 느낀 거지만 영어에는 “I” 가 종종 위치하는 주어 부분이 강조된다. 문장의 주체, ‘자신’이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이런 문장의 차이가 실제 사고방식에도 많은 차이를 가져다 주는 걸 어렴풋이 느낀다. 단적으로? 최근 제 글을 보면 문장의 시작을 ’나‘로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기분 탓일지도~

Whatever 이렇게 작은 요소 하나가 사실 우리의 생활에 꽤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배우는 건 정말 흥미롭습니다.

그치만 연구는시러용

이렇게 입어도 여기서는 제일의조신한청년입니다…..

축제에 다녀왔 다…. 이곳의 축제는 deltopia라고 하는데, 특별히 다른 건 없고 평소보다 사람이 많음 + 낮에 술 먹고 친구들끼리 헤롱헤롱한 상태로 아무 파티나 들어가서 그냥 춤추기이다.

하우스메이트랑 그 친구들이랑 다같이 큰 무리로 놀았는데 나 빼고 다 스페인계? 친구들이라 파티 가기 전 pre-game으로 테킬라를 마셨다. 소주잔이랑 비슷한데 좀 더 긴 컵에다가 테킬라를 가득 담아서 (표면장력ㄷㄷ) 건배사를 외치고 무조건 원샷을 때려야 하는데 이게 도수가 30도였음 이걸 내리 6샷은 마시고 다른 술도 마시고 갔습니다.

frankly speaking 술 마시다 마리화나 피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저는 꿋꿋이 한쪽에서 도넛만 열심히 먹었엉용 약물은 안 됩니다 ~


질림을 모르는 인간이 바로 나임을 알게 되었다.. 감자/에그 스크램블/과일/채소 조합을 1주일 내리 먹었는데 아직도 먹을 때마다 맛있다. 빠나나는 아직도 매일 먹는다. 방금도 먹었고 아직도 맛있어서 행복하다.

최근에는 파스타를 시도해 봤는데 면만 있고 소스는 없어서 양파+후추+스파게티 면이 끝인 파스타를 만들었다. 스리라차 소스 좀 뿌려서 먹으니까 목맥히고 삼삼한 게 맛있던데요?? 이러다 고기 먹고 싶으면 코스트코 가서 로티세리 치킨 사 오면 된다. 아빠는 외식 좀 하라고 하는데 미친 물가를 차치하고서라도

1) 아파트에서 음식점 밀집구역?은 멀다 2) 양이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음

뭐든 다 끝도 없이 퍼주는 느낌이라 밖에서 사 먹을때는 음식이랑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싸우는 기분….. 이라서 그냥 아파트에서 해 먹음

노을지는 내 방 풍경

적당한 백수로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의 삶을 떠올려 보면 그냥 kbs (개백수) 수준이긴 하다

교환학생 가면 활자는 보지 않겠다고 떵떵거렸지만 ㅋㅋ 생각보다는 공부도 하고 있고 유산소도 매일 하고 1주일에 한 번 하는 필라테스 수업도 등록했다. 학교 푸드뱅크에서 가져 온 재료들로 밥을 만들어 먹고 코스트코에서 빠나나랑 로티세리 치킨을 공수해 온다. 수업도 안 빠지고 꼬박꼬박 간다.. 놀망놀망 유튜브 보다가 심심하면 블로그 글 쓴다.

팔이 왜 이렇게 탄 것 같지

지난 쿼터에는 혼자서 여행을 잘 다녔다. 여행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다녔고…. 그래서 이번 쿼터에도 학기 중에 한두 군데는 다녀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루틴에서 벗어나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힘들고.. 여행은 다시 올 수 있지만 이 kbs 생활이 언제 다시 올까 싶어 그냥 얌전히 있다 종강하고 잠깐 여행하고 귀국하고 싶네요. 여행이 잘 맞는 사람들 보면 너무 신기하다. 확실한 건 저는 그 정도는 아님……


최근에는 1년 전 내가 써 놓은 블로그 글을 다시 봤다. 지금은 비공개로 돌린 한 달 정산글이었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바뀜 어쩌구 ~ 가 아니라 1년 전과만 비교해도 많은 게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때는 교환학생 지원도 하지 말까.. 싶었는데 지금은 교환학생을 와 있고 제일 우선시하는 가치?도 바뀌었고 이것저것

물론 여전히 비슷한 것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는 진로고민…… 비슷한 옵션을 두고 비슷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그래도 고민하는 주된 쟁점은 바뀐 것 같네요. 이제 귀국까지 두 달 하고 열흘 정도 남았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기다려지면서도 두렵고 참 그렇습니다 ^^

마지막 기억의 한국 풍경

한국에는 벚꽃이 피었다는데 여기는 벚꽃이 없네요.. 슬슬 한국이 본격적으로 그리워지는 것 같기도 하구

교환학생 너~무 힘들어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 도 아니지만 omg I love this place why does the time go sooo fast lol의 바이브도 딱히 아닌 시간이 제 시간대로 잘 가고 있는 기분.. 여기도 좋고 한국도 좋아요

며칠 전에는 한국에 있을 때 캠퍼스에서 벚꽃 보던 기억이 떠올라서 벚꽃이 그립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사실 벚꽃보다는 그냥 보고싶은 사람들이 그리운 거라는 걸 깨달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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