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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무 Mar 02. 2023

100% 실화 바탕 뮤직비디오 작업기

뮤직비디오 감독의 작품 리뷰 <나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다>

희끄무레한 리뷰 두 번째 작품

제가 연출했던 '겸'의 '잔상화'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겸 - 잔상화' 앨범 재킷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


모든 작품이 저에게 소중하지만, 유독 이 작품에는 특별하고도 애틋한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친한 스태프분들, 좋은 배우님과 소수의 인원으로 맛있는 밥,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정신없는 촬영 와중 틈틈이 여유를 누리면서 했거든요.

무엇보다도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뮤직비디오의 기획에 오롯이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영상 감독으로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죠. 저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또 그것을 나만의 비주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근사한 일이었습니다.


"슬픔을 승화시키다"


그즈음, 저는 오랫동안 만나던 사람과 이별을 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을 깊게 앓고 있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쉽게 내지는 못하지만 한 번 내보이면 모든 것을 쏟는 스타일이거든요. 저만의 좁고 짙은 동굴 속에서, 잔상처럼 지워지지 않는 추억 속 장면들 때문에 깊게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그때의 제 상황에 딱 들어맞는 곡의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실제 기획안 中


위 이미지 속 글은 아티스트분이 앨범 소개에 담은 글이자, 저와 함께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내용들입니다. 지워지지 않는 지난날의 모습이자 잔인한 상처를 의미하는 '잔상'은 그 당시 저의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아티스트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이런 상처가 있을 수 있다고 느껴, 저를 포함해 이런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치유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별의 잔상을 '추억'으로 승화시켜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잡게 된 컨셉이 '완전한 이별의 의식'입니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리움, 미련, 애증 등의 감정을 꺼내고, 이와 또렷하게 직면하여 해소하겠다는 의지적인 이별 행위를 말이죠. 그렇게 나온 키 카피, '추억을 무덤에 묻다'라는 문장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기획안을 작성할 때는 함박눈이 내리던 한겨울이었습니다.

저는 새하얀 눈이 내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순백의 눈은 나의 상처를 깨끗하게 치유하는 '흼'일까. 아님 오히려 나의 상처가 더욱 선명히 드러나는 '흼'일까. 그런 의문을 품은 채 이별의 의식을 치러도 될까.

눈이 내리는 날엔 유독 멜랑꼴리해지는 것 같습니다.



잔상처럼 남은 모든 감정을 꺼낸다 → 그 감정들을 상자에 담는다 →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 상자를 묻고 모든 감정을 털어버린다

이것이 제가 생각한 이별의 의식이자, '표백'의 행위였습니다.

이별 후, 일상을 벗어나려고, 일상에서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잔상 같은 감정을 무덤에 묻기 위한 것이 '혼자하는 여행의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이 글을 쓰면서 이전에 제가 썼던 글 <혼자하는 여행의 이유>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은 것 같습니다. 이것이 브런치의 매력이 아닐까요. 한 달 뒤, 1년 뒤, 몇 년 뒤에는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본격적인 장면 분석은 2부에 이어서 풀도록 하겠습니다.


(Part 2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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