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가운데
파도는 조금도 치지 않지만
분명 가득 찼다
손발을 허우적대 본다
가락들 사이로 부서지는 방울들
서늘함을 느끼는 무안해진 바닥들
진짜 바닥은 만날 수 없다
구명조끼도, 보트도 없지만
침몰되지 않는다
표류 만으로 충분하니까
죽은 부표가 둥둥 떠다닌다
흐느적거리는 밧줄
잘린 닻의 머리를 상상한다
작은 돛 하나 없다
재미없는 해만 여전히 막강하다
그림자 하나 만들지도 못하는 주제에
안 쪽으로 머리를 넣어본다
새하얀 어둠
눈을 감고 헤엄치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미약한 물결
파도를 본뜨기 시작한다
용승을 원한다
하얀 공백을 더럽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