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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Jan 25. 2024

돈 냄새

국제신문 / 강필희 기자

[도청도설] 돈 냄새


                                                            2024.01.25. 국제신문 강필희 기자 

   

1만 원권이나 5만 원권이 지폐라고는 하나 재질은 종이가 아닌 면이다. 그래서 여러 번 접거나 물에 젖어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석유 계통 화학물질로 최종 처리하기 때문에 갓 발행된 신권에서는 휘발유 냄새 비슷한 게 난다. 누구나 좋아하는 돈 냄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거쳐 너덜너덜한 구권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화폐를 인쇄하는 과정에 사용한 잉크나 염료가 땀이나 분비물을 만나 반응을 일으켜서다. 돈 냄새가 실제로는 사람의 몸 냄새인 셈이다.     


2000년대 초반 전직 국회의원 부인이 재벌 정치자금을 언론에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1988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DJ(김대중) 장남 홍일 씨에게 거액을 제공했는데 자신들이 중간 전달책이었다는 것이다. 보료와 책장 하나 뿐인 7~8평 서재에 돈이 든 사과상자를 쌓으니 규모가 어마어마했다는 구체적인 진술도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대중의 관심을 끈 대목은 따로 있었다. 집 주인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집안 가득 진동했다는 돈 냄새 묘사다. 돈은 실제로 부패한다. 전직 베테랑 형사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들려준 경험담으론 돈 썩는 냄새가 시신 썩는 냄새보다 더 지독하다. 탐욕에서 나오는 구린내다.    

 

최근 부산지검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이 2017년부터 최근까지 필리핀에 서버와 사무실을 두고 16개 도박사이트를 통해 올린 불법 수익금은 550억 원에 달한다. 검찰이 압수해 공개한 물품에는 수십억 원짜리 슈퍼카와 고가 미술품이 즐비했는데,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고급 아파트 거실에 쌓여있던 돈 더미였다. 말 그대로 5만 원권 지폐의 산이었다. 5만 원권 10㎏이 대략 5억 원이다. 사진 속 돈 다발은 언뜻 봐도 수백㎏은 돼 보였다. 여기서는 어떤 냄새가 났을까. 일당은 그 냄새를 맡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평생 모은 재산을 충북대에 기증하고 별세한 90대 할머니의 사연이 며칠 전 매스컴을 탔다. 빈농에서 태어나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결혼에 실패해 홀로 살면서 노점상 등으로 일했지만, 악착같이 돈을 모아 지난 30여 년간 무려 51억3000만 원을 대가 없이 내놓았다. 할머니 장학금으로 공부한 학생은 100명이 넘는다. 불경기인데도 올해 부산 사랑의 온도탑은 애초 계획보다 15일이나 빨리 100도를 달성했다. 10억 원 이상 기부 약정한 초고액 후원자를 비롯해 여러 의미 있는 온정이 모인 덕분이다. 어떤 돈에서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지만, 이렇게 향기로운 돈도 있다.     



<요약>     

우리 지폐는 종이가 아닌 면으로 석유계통 화학물질로 최종 처리하여 신권에서는 휘발유 냄새 비슷한 게 난다. 그러나 구권이 되면 사람의 땀이나 분비물과 반응하여 사람의 몸 냄새가 난다. 2000년대 초반 정치자금 폭로로 파문이 인 적이 있었는데, 당시 대중의 관심을 끈 대목이 있다. 돈 냄새다. 집에 부패하는 돈 냄새가 진동했다는 것인데, 어떤 전직 형사의 이야기도 덧붙이자면 돈 썩는 냄새는 시신 썩는 냄새보다 더 지독하다는 것이다.

최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일당이 검거됐는데, 거실에 수백kg은 되어 보이는 지폐가 있었다는데, 대체 그 수북한 돈에서 어떤 냄새가 났을까, 그리고 그 고약한 돈 냄새를 맡으며 그 일당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며칠 전 매스컴을 탄 90대 할머니가 있다. 노점상 등 일한 돈 51억3000만원을 대학에 기부하셨다. 악취 가득한 돈도 있지만 이렇게 향기 가득한 돈도 있다.     


  

<단상>     

하늘이 내게 돈을 조금 더 주신다면 잘 쓸 수 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어쩜 그리 딱 살아갈 수 있게, 딱 그만큼만 주시는지....,  

그러나 인생의 반을 넘게 살면서, 돈을 쫒아 아등바등 하지 않았으니 할 말이 없다. 차라리 조금 손해를 보거나 맑고 깨끗하지 않으면 따로 욕심을 내지도 않았으니, 이만하면, 도리어  감사를 전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차 한 잔을 내가 먼저 사줄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돈이 좋다. 마음을 선물하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벌 것이다. 돈 쓰고 싶은 일이 많다. 돈 주고 싶은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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