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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Jun 03. 2024

용기는 참기름 같은 것이 아닐까

마음의 주인/ 글 이기주 /  그림 핀터레스

  존 웰스 감독의 영화 <더 셰프>의 까칠한 요리사 애덤 존스는 여느 영화 속 주인공이 그러하듯이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속으론 아물지 않은 상처를 꼭꼭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이다. 

  과거에 저지른 과오로 괴로워하는 그는 “모든 요리는 완벽해야 해. 완벽하지 않은 요리는 버려!”라고 외치며 식당을 차리고 재기를 노리지만, 독선적인 태도와 과격한 언행으로 동료와 사사건건 충돌한다. 일이 뜻대로 풀릴 리가 없다.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름만 깊어가던 어느 날, 로스힐드라는 상담사가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마세요. 어쩌면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 

    

  옳다. 어려움과 맞닥뜨릴 때 도망가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것만이 용기는 아니다.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 타인에게 적절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용기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직면한 문제와 현실의 한계를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기란 무엇일까, 우린 왜 중요한 순간에 용기를 내지 못해 두려움 속을 정처 없이 표류하는 걸까. 


  용기의 사전적 의미는 ’씩씩하고 굳센 기운 또는 사물을 겁내지 아니하는 기개‘를 뜻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용기란 참기름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식욕을 돋우기 위해 참기를 몇 방울을 떨어트리면 고소한 향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퍼져나가 밥그릇 전체를 휘감는다.      


  용기야말로 그렇다. 커다란 일을 해결하는 데 꼭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한두 방울의 용기만으로 마음을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용기가 스며든 마음으로 두려움의 문턱을 넘어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끝.




  나 역시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이든 직위든 아랫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배우기를 잘하는 편이다. 그러나 남편에 대해서는 특히나 자존심을 세우고 나를 낮추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런 나를 알면서도, 그래도 못하는 참 비겁한 사람이다. 

‘비겁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비열하고 겁이 많다’라고 나와 있다. 그럼 ‘비열하다’는 또 어떤 뜻일까, ‘사람의 하는 짓이 천하고 졸렬하다’ 

 “으윽~~ ”

단어의 뜻을 찾아 들어갈수록 나는 쩨쩨한 사람이고, 남부끄러우니 그만 하련다.     

  내용의 결이 약간 다르지만, 이렇게 나의 미성숙함을 반성해 본다.      


  여튼, 나를 찾아 말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 역시 자기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니, 그렇게 하라는 말을 나도 종종 했었다. 


  이 글에서 다시 읽혀지는 부분은, 큰 용기 말고 아주 작은 용기?! ‘뚝’하고 떨어질 만큼 작은 그 한 방울의 용기?!에 대해서다. 다 같은 용기려니 생각했는데... 큰 용기를 내기 위한 작은 용기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게 그 참기름 같은 용기란? 그리고 내게 그 용기는 언제 어떻게 작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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