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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Dec 28. 2021

나를 그리워하며,


낭만주의를 쫓고 흠모하던 나는 소리 없이 사라지고

공상의 세계마저 헛되고 헤픈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상한 내가 고집스럽게 또 우악스럽게 우두커니 서있다


헛헛한 기분


헛 것을 궁리하는 나는 

과거의 나를 부질없다 비웃으면서도

그 시절의 나를 남몰래 그리워한다


너절한 지갑을 들고

책방에 들러 시집 한 권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얼마나 충만했던가


한 편의 시를 다 이해할 수 없어도

한 줄의 문장으로 마음 저렸던 미흡한 감정들

하나의 단어로 하루가 요동쳤던 그 계절들


당연한 것인 줄 알았던 그 시절의 모든 것들이

이렇게 쉽게 사라질 것인 줄 알았다면

좀 더 보듬어 주었을 텐데


그리움 가득한 눈길로 

오늘의 나를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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