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5/7
2024/11/5
우리의 삶은 짙은 안개에 휩싸여 우리 앞에 놓인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앞이 환한 미래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순풍에 돛 단 듯이 나아가다가도 느닷없이 폭풍우를 만나거나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서있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이 불확실성의 미래로 나아가는 한 위기는 필연적인 것입니다.
현재의 확실한 돈과 미래의 불확실한 약속이 교환되는 시장인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을 대하는 인간의 온갖 심리가 교차하는 곳입니다. 금리나 주가와 같은 금융시장 가격들은 기대와 희망, 질투와 탐욕, 불안과 걱정, 공포와 공황 등 미래를 바라보는 온갖 인간의 심리가 뒤섞여 끊임없이 요동칩니다.
어느 누구도, 어느 한순간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약속의 진정한 가치를 판단하고 거래를 해야 하겠지만 금융시장에서 그런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살필 뿐입니다. 다른 누군가 대박 났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기 십상입니다. 그러니까 가격이 거품 위에 올라 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합니다.
때로는 거품이 오랫동안 엄청나게 부피를 키워갈 수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 해도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온 세상의 돈이 미국의 부동산 관련 금융시장에 몰려들어 거품을 키워 갔습니다.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고 거품이 크면 클수록 위기도 커집니다. 불안은 공포로 바뀌고 세상은 공황에 휩싸입니다.
우리의 삶과 같이 미래로 향해 나아가는 금융시장에서 위기는 필연입니다. 살아가면서 욕심을 자제하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하면서 살아간다면 인생에서 큰 위기 없이 평온한 삶을 이어갈 수 있겠지요.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순간의 실수로 낭떠러지로 떨어집니다. 자기 자신의 욕심을 자제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울 진대 모든 세상 사람의 욕심이 교차하는 금융시장에서 위기는 시간의 문제일 뿐입니다.
금융위기는 반드시 경제위기로 이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일자리를 잃고 삶의 의지마저 꺾여 버립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필연적인 것이라면 금융위기가 가져오는 기회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금융위기를 가져왔던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할 기회는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주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1997년 금융위기 역시 한국 경제의 많은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일어났던 변화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응에 대해 서로 손가락질하며 논란이 많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불가피하게 구조적 모순을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