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부분 국가에서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유 재산권이 인정되고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한은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나 형태에 있어서는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릅니다. 자본주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자본주의냐의 문제입니다.
국가권력이 쉽게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고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정치 체제는 결코 자본주의와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서구의 시민사회와 함께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발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개인의 소유욕과 이기심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각 개인이 스스로 소득과 재산을 늘리기 위해 가진 창의성을 발휘하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나라 경제가 따라서 성장해 갈 것이라는 거지요. 소유욕과 이기심만큼 강력한 동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는 소유욕과 이기심에 맞추어진 제도적 틀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그렇지만 모든 사람의 욕심과 이기심이 충돌하는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과 재산을 더하기 위해서 온 힘을 기울입니다. 법의 허점을 찾고 범법을 불사합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도덕과 배려는 교과서에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터이지만 사람마다 가진 힘이 다르니 경쟁이 공정할 수가 없습니다. 힘 있는 사람은 가진 힘으로 약자를 억눌러 자신의 이익을 키웁니다. 가진 자는 더욱더 가지게 되고 부와 권력의 집중을 더해갑니다. 세상은 더욱 불공평해지고 불안정하게 됩니다.
시장 거래는 과거를 보고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짙은 안개에 싸인 미래를 바라보며 거래에 임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용트림을 합니다. 가격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마침내 경제에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자본주의 경제에는 언제나 위기가 날개를 펼칠 때를 노리며 도사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소유욕과 이기심을 국가 권력으로 억누른 공산주의의 경제 체제 실험은 처절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국민의 재산권과 시장경제를 인정하면서도 국가 권력이 언제라도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중국의 소위 국가자본주의 체제 역시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적어도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우리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대안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밝고 희망차지 않습니다. 도덕적 해이가 빈 공간을 채운 공기처럼 가득 차 있습니다. 부와 권력이 집중되고 나날이 도를 더해갑니다. 위기가 날개를 펼칠 그날 노후를 위해 아껴둔 저축마저 털릴지도 모릅니다. 자본주의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면 그것은 암울한 희망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19세기 이후 글로벌 자본주의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발달은 글로벌화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은 국가 권력과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더 큰 주도권을 가지게 되어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거래는 국경 너머 기회를 찾게 됩니다. 지난 이십여 년 우리 세대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정점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