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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경영학자 Dec 17. 2024

좋은 자본주의, 나쁜 자본주의, 이상한 자본주의

자본주의 어디로 가는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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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7


1980년대는 일본의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이 적어도  숫자로는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이 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전쟁으로 국토가 남김없이 파괴되었던 나라가 불과 30여 년 동안 일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을 넘어서고 시가총액에서 세계 상위 10대 기업의 자리를 모두 일본 기업들이 차지했습니다. 온 세계가 경탄의 눈으로 일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에 있었는데 학계에서도 일본 기업과 경제의 성공이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었습니다. 일본 기업의 생산관리와 인사관리 등 경영시스템에 전반에 대한 칭송이 이어졌는데 특히 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결정하는 자본시장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본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특징짓는 단어는 '계열'이라는 것인데 여러 개의 기업이 상호지분보유(cross shareholding)를 통하여 기업집단, 즉 계열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계열 형성의 직접 결과는 인수합병(M&A) 거래가 매우 어려워지고 경영권이 안정된다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연구에서 일본 기업의 경영권 안정이 최고경영자가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비전을 전략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주가변동에 따라서 M&A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주가가 하락하면 언제라도 경영권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미국의 경영자들은 분기별로 발표되는 단기적 성과에 연연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경쟁우위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자마자 일본 경제의 기적과도 같던 숫자를 떠받치던 거품이 꺼지고 일본 경제는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린 10년, 20년, 30년,.. 3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일본 경제의 앞날을 더욱 비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본경제와 기업의 부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대부분 자본시장 시스템과 기업 소유지배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M&A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 구조조정이 쉽게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처방을 내리고 있습니다. 경영권이 안정되면 최고경영자가 밤잠 안 자고 노력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동기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전 없이 장기 전략을 세우니까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장에서 오히려 경쟁력의 발목을 잡히게 되었습니다.


좋은 자본주의는 기업가 정신이 충분히 발휘되어 발전하는 기술에 맞춘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자본시장 시스템에서 실현됩니다. 주식시장은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지혜가 모이는 곳이며 시시각각 가격변동을 통하여 경영자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방향을 제시합니다. 경영자들이 스스로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서 끊임없이 창의성과 노력을 더하도록 재촉하는 시스템이 좋은 자본주의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나이키 창업자인 저자의 자서전입니다. 미국 오레곤주의 한 시골 마을 주택의  차고에서 창업하여 업계 부동의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미국의 탄탄한 경제는 이렇게 창업하여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에 의해서 끝없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좋은 자본주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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