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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 Oct 24. 2024

과테말라 이주 이야기

우리, 과테말라 갈래?

눈도 아닌 비도 아닌 진눈깨비들이 하늘에서 내리던 날이었다.

매일이 눈뜨면 등원을 시키고 출근하고, 퇴근하면 아이들 재우다 잠들곤 하는 나날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잠들었고, 남편은 퇴근하고 들어와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바빠 죽겠는데 나에게 남편은 앉아서 이야기하고 싶다길래… 아니..뭔데..?하면서 식탁에 마주보고 앉았다.

남편은 나를 보며


“우리, 과테말라 갈래?”


“과테말라? 거기가 어딘데? 너무 위험한 곳 아니야?”

남편의 직업의 특성상 언젠가 한 번은 해외 주재원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예상했지만 과테말라는 내 시나리오에 없던 곳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잘할 수 있을까?

주재원은 막 5세가 최적의 시기라고 하는데

아니 여보세요!! 우리 애들은 스페인어는커녕 영어도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단 말이에요!!!!!(아니 한글도 잘 몰러)

그리고 나는? 11년 다닌 회사는 어떡하지? 자기야 알잖아~ 나 도시 아니면 못살아..


과테말라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영어도 못하는데 더군다나 스페인어라니…

아이고야... 나 감옥생활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내 마흔 인생에 확실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전환점이 플러스일까.. 마이너스일까..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이렇게 우리는 이야기를 하고 2주 뒤쯤 남편의 해외주재원 발령이 났다. 아니 나버렸다.

이제 우리는 가야 한다.



남편이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나는 마음이 이상하게 술렁술렁하였다. 결혼 10년 차, 뜨거운 사랑은 이미 식었지만 육아동지로서 남편과 나는 한 팀처럼 움직이는게 당연했다.

워킹맘으로서 나는 남편의 도움이 절실했고 남편은 조부모 도움 없이 혼자 육아하며 일하는 나를 안쓰러워했다. 쌍둥이 육아를 하기 위해선 언제나 매일 마주보며 생활해야 했다.

그런 남편이 비행기를 타고 24시간을 날아서 낯선 곳에 간다고 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밤마다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했다.


“우리 정말 다른 나라 가서 사는 거야? 베트남, 인도네시아도 아니고… 중남미 과테말라?”

그곳은 어떤 곳일까 매일 찾아보고 이야기하고 꿈꾸고 상상하며 잠들었다. 


나같이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도 살 수 있을까?


‘과테말라’라는 네 글자를 뱉자마자 모두에게 가장 먼저 들은 질문은 너무 위험한 곳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한국어에서 찾아보기 힘든 글자들의 조합만으로도 이미 위험한 느낌을 주는 나라, 잘 모르지만 이름만으로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을 주는 나라, 과테말라. 

그들의 걱정이 영 실없는 건 아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어지간한 네이버, 유튜브, 구글에서는 이 나라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간간이 읽을 수 있을 만한 글에는 어김없이 선교를 위해 떠난 사람들과 그들이 어떤 수준의 치안을 견디는 중인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남편은 검색창을 들락날락거리며 공포스러워하는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미리 가 자리잡은 회사 사람들 이야기, 한국 교민들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걱정할 것 없다고 태연한 척을 했다.

불안도가 높은 아내를 위해 남편이 종종 착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걸 모르지 않았지만 그런 남편의 착한 거짓말을 믿고 싶었다.   

 

대신에 한국에서 살던 것을 다 정리하고 와야 하는 무거운 짐을 주었다.

나는 11년을 다닌 회사를 정리해야 하고 살고 있던 집도 차도 아이들 유치원도 친구들과 가족들의 이별을 준비해야 했다.


과테말라 주재원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오길 바랐지만 본사의 배려 덕분에 가족들과 구정을 보내고

2023년 1월 25일, 남편은 과테말라로 떠났다.

남편은 일단 캐리어 1개와 이민가방 1개를 꽉꽉 채워서 떠났고 나와 아이들은 4개월 후에 서울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이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언제나 공항에선 희비가 교차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리를 하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워낙 평소에 눈물도 많은 나는 (당연히) 눈물이 찔끔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쌍둥이들은 어디 놀러 가는 줄 알고 마냥 좋아한다.

4개월 후 우린 다시 완전체로 만날 테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곳에 대한 불안함과 설렘, 우리의 미래에 대한 불확신..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그렇게 남편이 이미 떠났고 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네 식구는 과테말라에 살고 있다.





* 오늘의 스페인어 *
Bienvenidos a Guatemala. 과테말라에 온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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