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otsoo Nov 19. 2024

종목 추천 좀 해 줘 봐

수십 번의 질문을 받았지만 늘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전공이 공대인데 왜 이 직업을 선택했어?" 


"하하 그러게요..", "공대가 적성에 안 맞아서요" 등등 시원찮은 답변으로 넘어가고는 하지만 항상 답하기 어렵다. 공대공부는 사실 적성에 맞기도 했을뿐더러, 나는 실제로 단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직업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했을 때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난도가 있고, 그만큼 output이 좋은 분야라고 생각하고 시험을 준비했다.(물론 그때 생각 기준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재수 없게 잘난척할 만큼 멍청한 나는 아니니 그저 속으로만 생각하고 어물쩍 넘어간다. 


항상 들어도 곤란한 질문이 하나 더 있다. 


"종목 추천 좀 해줘 봐~" 


주변에 굳이 주식투자를 한다고 먼저 알리지는 않지만, 주말에 뭐 하냐 평일에 뭐 하냐 재테크는 어떻게 하냐 등의 신변잡기를 얘기하다 보면 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것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또 어떻게 투자하느냐 등 질문세례가 이어지기도 한다. 또, 아직은 진짜 부자가 되지 못해서인지, 마음의 수련이 부족해서인지, 나의 성과를 자랑하고 싶을 때도 있다. 


친분의 정도, 관심의 정도에 따라 시스템 트레이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그냥 뭐 이상한 거 하나보다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와중에 나는 그런 걸 하지 않아서 모른다고 설명해도 쿨타임이 되면 누군가는 꼭 말한다. "종목 추천 좀 해줘 봐" 


나는 주식을 시작할 때부터 계량적 방법에 심취해 있었고, 종목투자의 경험은 거의 전무하다. (피터린치의 책을 읽은 후 주변에 잘 나가는 상품 관련 주식을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당시 너무 맛있게 먹던 짜왕 제조사 농심을 매수한 적 있다. 물론 손절했다.) 


실제로 어떤 종목이 유망하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고, 그 종목을 보유하고 있어도 추천하기란 쉽지 않다. 언제 상승이 올지, 얼마나 더 횡보할지 알기도 어렵고, 매도타이밍을 일일이 고지해 주기도 어렵다. 손실 났을 때의 원망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처음에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나도 무슨 종목을 사고파는지 몰라서 추천해 주기 어렵다고 하니, "아~" 하면서 치사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서는 나중에 또 묻는다. "요새는 그래서 어떤 종목 사는데?" 아이참.. 이 사람아..


종목투자가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지 설명하면서, 자산배분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도도 해봤다. "아니 내가 지금 그 수익률 벌자고 주식한다는 게 아니잖아" 하는 표정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정말 실제로 주식에 관심 있다면서 나에게 알려달라고 한 사람 중 자산배분을 실천하는 사람은 주변에 본 적이 없다. 


그냥 미국 주식을 사라고 말하기도 해 봤다. 그래도 미국 테크기업은 끝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니 본인이 관심 있는 애플이니, 구글(알파벳)이니 사면 종목을 사고 싶은 마음과 수익률 적당히 만족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물론 어느 순간 테크기업의 대하락이 오면.. 모르겠다 나도 같이 우는 척해야지) 이것도 거의 실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지금 영웅문 계좌개설이라는 엄청난 장벽을 넘어왔는데, 환전이니 미국시장이니 또 공부하라는 말이야?"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결국 종목추천 해달라는 사람의 심리는 뻔하다. 집값은 오르고 금리는 낮고, 너도나도 투자하는 대 재테크의 시대에 뒤처지기는 싫으니 주식투자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할지 무엇을 사야 할지 어떤 종목을 분석해야 할지 고민하기는 귀찮다. 돈은 벌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으나 귀찮은 건 질색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부터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한 가지 있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소수며, 이들은 부단히 노력하고 공부했다는 점이다. 욕망과 귀찮음만 있는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될 만큼 주식시장은 녹록지 않다. 


결국 다시 원점이다. "하하하 저도 몰라요."

이들의 귀찮음과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법도, 치사하다는 표정을 자연스럽게 피해 가는 방법도 나는 아직 못 찾았다.

작가의 이전글 시스템 트레이딩에 대한 오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