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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제티 Jun 03. 2024

봄비 속 입영하는 아들

또 하나의 인생이야기 한 걸음 

4월 15일 월요일 오후 2시 논산훈련소의 입소를 앞두고 이른 새벽 아이를 깨워 준비를 시키고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니 가면서 먹을 간단한 아침과 과일을 준비했다. 아이의 여자 친구도 만나 출발해야 해서 마음이 바빴다. 월요일 출근시간에 비까지 오는 상황이라 서둘러 운전대를 붙잡았다.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아이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아이는 차에서 내려 지하철역 입구까지 찾아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자동차로 돌아오는 세심함과 다정함까지 보여주었다. 뒷자리에 나란히 태워 올림픽대로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접어들었다. 어느덧 동탄을 지나고 있었다.


손을 꼭 잡고 꽁냥꽁냥하며 차에 탔을 때와 달리 서로의 잠버릇으로 잠든 두 아이를 보니 좋을 때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나의 눈에는 어린아이 같기만 한데 어느새 연애에, 군대라니....


동탄 구간부터 평택까지 쏟아지는 비를 뚫고 운전대를 뽑아버릴 듯한 기세로 앞만 보고 달렸더니 어느새 논산훈련소를 앞둔 마지막 휴게소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이와 아이의 여자친구를 깨우려다 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먼저 깨워야 하나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이의 여자친구를 먼저 깨우기로 결정하고 이름을 불렀더니 빠르게 대답을 하고 일어나서 거울을 본 후 가방에 넣는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습을 확인한 후 아이를 깨웠다. 눈도 뜨지 못하는 걸 보니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잠시 휴식을 취하자고 했다.


예정 시간보다 빨리 도착하여 휴게소에서 따뜻한 커피와 늦은 아침을 먹었다. 입소 시간이 2시라는 생각에 갑자기 끼니가 중요한 일로 느껴졌다. 휴게소 앞에 설치된 야외 탁자에 준비한 음식과 커피를 주문해 와서 앉았다. 간단한 아침과 제대로 된 점심은 먹고 들어가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도 새벽부터 움직여서인지 평소 때처럼 잘 먹지 못했다. 자리를 정리하여 자동차로 걸음을 옮겼다. 점심식사는 아이의 이모들과 초등학생 사촌들이 기차로 내려와 갈비를 먹기로 했다. 며칠 전 갈빗집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시도했으나 11시 정도면 예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와보니 역시 자리가 많이 남아있었다. 여럿이 함께 먹으니 아이도 맛있게 먹었다. 먹으면서 가족 기념촬영도 웃으며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사촌들과 장난도 치고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무리했다.


논산훈련소는 주간 단위로 차이를 두어 연무대와 입영심사대에서 입소와 수료를 진행한다. 아이는 입영심사대여서 논산 시내로부터 약 12분 정도의 거리였다. 주차장입구부터 우리의 아들들인 선배 군인들이 길 안내를 도와주고 있었다. 입소를 하는 아이들의 앉은자리 창문을 내리고 입영확인증을 확인한 후 주차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주차 후 안내 방송을 들으니 군마트를 먼저 이용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소를 한 이후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일행도 군마트에 들어섰다. 매장 안의 진열대에는 여러 가지 유명세를 타는 제품들이 보였다. 아이의 이모들은 입소문 제품 화장품을 몇 개씩 골라 담았고, 나 역시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할 물품을 담았다. 


자동차에 물건을 두고 입소 행사가 진행되는 인조잔디 구장으로 향했다. 이미 절반이상의 좌석이 입소를 위해 온 가족들로 채워져 있었다. 우리 가족일행은 무대 바로 옆 구역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비가 그쳤다가 2시가 가까워오자 한바탕 비가 쏟아졌다. 모두들 같은 마음이어서 일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일제히 나지막한 안타가 움의 탄식의 소리를 내니 안내방송에서 예정대로 입소식 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그제야 행사장 내는 조용히 입소 행사를 기다렸다. 


입소식의 시작은 입영을 앞둔 당사자를 일으켜 세워 경례와 선서를 연습시켰다. 박수 연습도 시켰는데 사회에서의 편안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두세 번 반복을 한 후 바로 연대장님의 인사말씀과 더불어 훈련병 대표가 선서를 하며 모두 함께 선서를 했다. 숙연한 모습의 아이는 마지막 잘 다녀오겠다는 의미의 부모님께 경례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나 역시 먹먹한 마음과 여러 마음들이 교차하여 웃으며 입소식을 마치지 못했다.


이슬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훈련병은 모집과 징집 팻말을 향해 걸어 나오라는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부모님들이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훈련병인 아드님들을 어쩔 수 없이 비 오는 연병장에 세워둬야 하니 얼른 돌아가라는 안내도 덧붙였다. 흘렀던 눈물도 잠시 현실의 재촉에 이기지 못한 채 아이는 가방을 들고 힘차게 모집 팻말을 향해 걸어 나간다. 


이제 5주 후 건강한 모습으로 수료식에서의 늠름한 군인모습을 기대해 본다. 사회와의 단절과 강제로 휴대폰 없는 디지털 디톡스를 하게 될 아이. 앞으로의 인생 경험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첫 시작이 될 것이다. 때로는 견디기 힘든 훈련과 일과들이 있겠지만 5주간의 훈련병 일정도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으로 빛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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