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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안한 삶 Nov 10. 2023

파키스탄 우리 집에서 코코넛을 까서 먹다

메이드가 코코넛을 까 주네? 

  우리 가족은 파키스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통시장을 같이 방문했었는데, 우리 아들이 전통시장에서 파는 코코넛을 보고 먹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코코넛을 사서 집으로 가져왔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시장에서 코코넛을 손질해 주지 않았다. 

바자르에서 파는 코코넛

  나는 우리 집에서 일하는 메이드에게 물어봤는데 메이드가 자기가 코코넛을 손질할 수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메이드에게 코코넛 손질을 맡겼다.

집에서 메이드가 코코넛을 손질하는 모습

  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털옷을 입고 있던 코코넛이 매끈하게 변신했다. 코코넛에 뚫린 구멍에 빨대를 넣어 우리 아이들은 코코넛을 먹었다. 

  우리 아들은 이렇게 한번 코코넛을 먹은 것이 굉장히 좋았나 보다. 다음에도 또 해달라고 해서 초창기에는 이렇게 몇 번 코코넛을 사 와서 까 먹은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코코넛을 맛있게 먹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주재원 아내들은 주로 메이드와 기사를 사비로 고용해서 쓴다. 파키스탄 인건비는 매우 저렴해서 우리가 왔을 당시에 메이드는 보통 1만 3천 루피(당시 약 91,000원) 정도, 기사는 2만 4천 루피(당시 약 168,000원) 정도의 월급이었다. 우리는 처음 왔을 때 메이드의 경우 1만 5천 루피(당시 약 105,000원), 기사의 경우 2만 5천 루피(당시 약 175,000원)를 줬었다. 이곳에서는 통상 1년에 한 번씩 메이드와 기사의 월급을 올려준다. 


  내가 살고 있는 센타우루스 주상복합아파트는 파키스탄 수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위치가 매우 좋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고, 이곳에서 일하는 메이드는 여러 집을 돌아가면서 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메이드에 비해서 돈을 많이 번다. 특히, 한국인에게 일한 메이드들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져 평이 좋은 메이드는 여러 집에서 동시에 일해서 일곱 집까지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란안에 표시된 곳이 내가 살고 있는 센타우루스 아파트가 있는곳, 초록색 안이 외교단지이다. 

  센타우루스 아파트 이외에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은 외교단지 안에 있는 카라코람 아파트인데, 그곳은 아이가 없는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비교적 새 아파트이지만 장 보러 나가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외교단지 입구의 게이트를 통과하려면 검문이 까다롭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메이드나 기사가 출입하기 힘들고 파키스탄 수도에서 중심지역이 아닌 가장자리 쪽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그 아파트에서는 상대적으로 메이드와 기사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급여도 센타우루스 아파트에 비해 더 비싸게 줘야 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다가 아이들도 어려서 가사 도우미를 썼었다. 친정 엄마가 내가 고생하니 가사 도우미를 쓰라고 비용을 보태 주셨다. 우리나라의 가사 도우미는 청소만 담당하는 데다가 본인이 알아서 일을 잘 하기 때문에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집이 깔끔하게 유지가 되었는데, 이곳 메이드는 달랐다. 일의 범위가 시키기 나름이다.  그리고 위생에 대한 관념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처음에 왔을 때 나는 우리나라에서 쓰던 가사도우미를 생각하고 알아서 하겠지 라는 생각에 메이드에게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일이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리고 처음 고용했었던 메이드가 굉장히 나에게 고자세였다. 오히려 메이드가 갑인 듯 행동했었고 우리나라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계속 많이 했었다. 그래서 참다 참다가 다른 메이드로 바꿨다. 


  두 번째 메이드는 내가 아직까지 쓰고 있는데,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을 가끔씩 훔쳐가는 것 말고는 일도 잘하고 순해서 복귀할 때까지 쓸 것 같다. 이 나라는 무슬림 국가라 사람들의 기본 마인드가 부자들 것은 공유해도 된다라고 생각하고 티 안 나게 하나씩 가져간다. 걸리면 발뺌한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고 작은 거라서 일일이 신경 쓰는 게 더 스트레스받아서 그냥 기부했다고 생각하고 놔뒀다. 나는 원래 메이드와 3시간을 계약했는데, 2시간이 안되어서 일이 끝났다고 하면 그냥 보내준다. 어렵게 사는데 안쓰럽다 싶어서 내가 고용했던 메이드들이나 기사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그냥 주기도 했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메이드와 기사를 고용하면서 한국과는 다른 파키 사람들의 마인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어떤 사람은 메이드를 여러 번 교체하기도 하고, 본인이 직접 청소하는 사람도 있다. 파키스탄에 사람은 많지만, 상식적으로 일하는 괜찮은 사람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메이드가 청소를 해도 우리나라와 위생이나 청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서 이제는 포기할 것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산다. 어차피 내가 애써도 고쳐지거나 개선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파키스탄에 살면서 많이 내려놓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사도우미가 일주일에 2번~3번 왔었는데,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6일 동안 거의 매일 메이드가 와서 일하기 때문에 그것은 장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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