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 갔었어.
응, 혼자.
내가 일본말을 못 하잖아. 그래서.
가다 가다 끝에 바다가
끝이 없는 바다가 끝에 있더라.
바다가 내 머릴 콱 줘박더니
생각 같은 거 할 생각도 말어.
그러고는 내 머릴 흩뜨리고
근사하게 웃으며 가네?
그래 생각할 생각도 않고
바다를 보다
보다가 보고 보는데, 울어버렸네?
크고 본격적으로
울러 온 사람처럼 울어버렸네.
서로 말을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아무 말이나 막 쏟아내고 싶었거든.
싹 다 말해, 버리고 비우고
무슨 일 있었나요, 모른 척 돌아오고 싶었거든.
그래서 거기엘 간 거였거든.
근데 다 알아채더라고.
말을 몰라도 다 알아버리더라고.
'쟤 외롭네.'
하고.
못본 척 보고 가.
모른 척 알고 가.
내가 그랬나 봐.
남도 다 아는 걸, 모르는 사람도 다 아는 걸,
말을 몰라도 금방 아는 걸.
나만, 알아도 모르고 그랬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