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화장실 때문에 상사에게 혼이 난 적이 있다. 화장실에 오래 있었다고, 어떻게 회사에서 똥을 쌀 수 있냐고, 회사를 다닐 자격이 없다고, 기본이 안 되었다고, 별 개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업무 시간 전이었고 10분 정도 자리를 비웠었다. 직원들 앞에서 나는, 똥 싸러 회사 오는 똥 같은 인간, 아니 공식적으로 똥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로 생각할 틈도 없이 공격을 받으니 아예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었다. 억울하고 창피한 것도 한참 뒤에야 알아챘다. 그 회사를 다니는 동안 변비로 고생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속(장과 마음 모두)이 늘 편치 않았다. 성과도 만족스럽지 못했고 일이 즐겁지가 않았다. 내내 속앓이(배앓이도)만 하다 얼마 안 가 퇴사했다.
똥을 못 싸게 해서 퇴사했다,는 건 아니다. 그게 아닌데, 아닌 게 아니라 말하자면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꼭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고 할 수도 있는 여지가 없지 않아 있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 모르겠다. 의도와 달리 똥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 같아 두렵지만, 먹고 자는 것만큼 싸는 것도 삶에서... 그만하겠다.
죽고 싸는, 아니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너무 애쓰지 말자.
다 부질없다. 뭐가 중요한가. 사실 십수 년도 더 된 이야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직장인으로 잘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그때 그 상사와 비슷한 나이와 연차가 되었다. 나는 절대로 남의 속사정에 대해 말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날의 경험 또한 쓸모없지는 않다. 좋았다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