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경기는 아빠가 휴가 내고 보러 갈게." 했더니
"왜?" 하고 물었다. 아빠가 안 오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좀 서운하긴 했지만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아 아무 소리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또 어떤 날에는, "아빠 오늘 경기 보러 와?" 하고 묻는다.
"아빠가 보러 가면 좋겠어?" 하면
"아니...... 근데" 하고 뜸을 들이다가
"반반이야." 한다. 괜히 짠해져서
"치킨이냐, 반반이게?" 하면
"갑자기 치킨 먹고 싶다!" 하며 같이 키득거리다
뒤돌아 몰래 한숨 짓곤 한다.
야구부 부모님 중에 직장 생활 하는 분이 많지 않은 이유를 점점 알 것 같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 경기에 출전하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부모가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남아 있는 휴가가 많다고 해도 한 달에 몇 번씩 쓰기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인다. 어쩔 때는, 아이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도 이기면 어쩌지, 내일은 정말 시간 빼기 힘든데, 한 적도 있다. 여러 번이다. (미안)
야구부 선배 아빠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 놓으며
"저도 퇴직금으로 샌드위치 가게 하나 차릴까 봐요." 하니
"자영업 하면 더 바빠요." 하며
"야구 초등학교만 시키고 말 거 아니잖아요? 길게 봐야 해." 했다.
오늘 이기면 내일 결승이다.
내일 휴가를 냈다. 꼭 이기길 바랐다, 진심으로.
이겼다.
아이를 데리러 가며 치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