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이 백혈병 확진받은 지 5년이 지나 완치판정 1년 6개월째입니다.
벌써 7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첫날의 기억은 생생하기만 합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겠죠?
그동안 블로그에 썼던 미니미의 소아백혈병 이야기를 보고 같은 아픔을 겪고 있거나 경험했던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함께 공감해 주시고 건강해진 딸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얻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첫날 병실 자리가 나기를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밤새도록 소아백혈병 검색을 하면서 작은 희망이라도 찾으려 했던 그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이제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는 말이 너무 기쁘고 가슴 벅찬 일이랍니다.
하지만 저는 한동안 아이의 병원일기의 색깔을 모두 지우고 싶었습니다.
건강해진 아이에게 감사하면서도 더 이상은 아픈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관심이 생긴 가계부 쓰기, 재테크 쪽으로 색깔을 바꾸기 위해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면서 뭔가 해보기를 원했는데, 아무래도 주변에서 바라보는 저와 제 마음속에 있는 저는 그게 아니었나 봐요.
모두가 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저에게 미니미의 소아백혈병 투병일기를 다시 써서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는 글을 써보는 것은 어떠냐는 권유를 굉장히 많이 들었거든요.
저를 보는 신랑도 제가 저의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편안해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며 본인도 이쪽으로 글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말해주었고 사실 제 스스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제 주제에 무슨 그런 글을 쓰냐며 자신 없어 뒤로 꽁꽁 숨어있었답니다.
블로그가 가계부 재테크 이야기인지 투병일기인지 육아인지 정체성이 없는 잡블이지만, 어찌 되었건 지금의 매력만점 비글이네가 있기까지 시작은 미니미가 아팠던 과정이었기 때문에 제 마음 한편에는 써보고 싶지만 잘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운 마음에 최대한 미뤘던 그 일을 브런치스토리에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저보다 더 강하고 단단한 제 딸의 씩씩한 완치 판정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겠어요?
2016.06 어느 날의 월요일.
오전 활동 후 미니미가 열이 난다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마침 오프 날이라 집에 있을 때라 바로 늘 가던 동네 소아과에 데리고 가서 감기약과 해열제를 처방받았지요.
약 덕분인지 열이 높지 않았고 아이의 컨디션도 좋아서 안심을 하고 월요일부터 수요일을 보냈는데, 그날 밤부터 처방받은 해열제를 4시간 간격으로 먹여도 열이 38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나기 시작합니다.
목요일 새벽부터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걱정되는 마음에 오프라 집에 있는 날이니 오전에 미니미를 데리고 동네 소아과에 다시 진료를 보러 갔습니다.
며칠 전 넘어져서 다친 다리의 멍이 심해서 염증이 생겼나, 이것 때문에 열이 더 많이 났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의사 선생님께 다친 부위도 함께 치료를 받고 싶다 말씀드렸더니 열도 열이지만, 평소에 보던 것과 다르다며 시간 될 때 피검사를 한번 받아보는 게 좋겠다며 권유하시더라고요.
그냥 흘려듣기에는 찜찜한 기분이 들어 당일에 검사 결과를 들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가기 위해 의뢰서를 받아 들고 인천성모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혈액검사 결과는 2시간 정도 소요되니 기다리는 동안 미니미와 저는 인천성모병원 1층에 있는 카페에 앉아 웃고 장난치며 단둘이 하는 데이트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잠시 후에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마주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진료실로 향했는데,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으신 걸 보고 뭔가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두려운 마음을 숨긴 채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백혈구 수치가 너무 높으니 시간 지체하지 말고 응급으로 서울성모병원에 바로 올라가서 검사를 다시 해보라고 하십니다.
정확하게 뭐가 예상되는지, 뭘 걱정해야 하는지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정신없이 신랑에게 전화를 해서 유치원에 있는 이쁘니까지 하원시켜 우리 네 식구는 서울성모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 뒤로 공주님과 저는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응급실에 있습니다.
응급으로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해 혈액검사를 다시 했더니 골수검사를 할 필요도 없을 만큼 엄청난 백혈구 수치 때문에 바로 소아백혈병 확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소아백혈병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왜 하필 저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왜 우리 미니미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누구를 원망하고 싶은데 원망의 대상이 저 밖에는 떠오르지 않아요.
제가 부족한 탓에, 저 때문에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자책과 함께 밤새도록 눈물범벅이 되고 손을 벌벌 떨며 응급실에서 소아백혈병 확진 1일 차를 맞이했습니다.
소아 혈액종양 병동, 무균병동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병실에 자리가 없어 응급실에 있는 격리실에서 밤을 보내게 된 건데요.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두렵고 무섭습니다.
세상이 참 불공평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