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오후 병실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성모병원 20층으로 올라갔어요.
어린시절 친정오빠의 교통사고 후 긴 병원생활로 입원에 익숙했던 저는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운 뒤, 병실로 왔는데 그동안 제가 알던 병동이 아니라서 낯선 환경에 겁이 났습니다.
감염에 취약한 상태라 집에서 가져온 베개와 이불 등 병동으로 반입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더라구요.
마음을 굳건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또 한번 무너져 내린 저는 아이가 있는 병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에 서서 울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계시던 어머니들께서 오셔서 울고 있는 저를 다독여주시고 위로해주셔서 곧 마음을 진정시킨 뒤 병실로 들어갔어요.
입원설명을 듣고 곧바로 본격적인 항암치료에 앞서 워밍업 7day기간이 시작된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정신없이 서울성모병원에서의 이틀이 지나고 3일째 날, 워밍업 2일차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입원기간동안 매일 새벽시간에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채혈을 해가시고, 아침시간쯤 되면 결과가 적힌 종이를 가져다 주시는데요.
정상범위가 하나도 없고 특히나 백혈구 수치가 심각하게 높아 걱정이 됩니다.
그때를 떠 올려보면 응급실 도착 당시보다는 떨어졌지만 아직 상당히 높아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잘못될까봐 입원기간 초반에는 무서운 마음에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하고 미니미를 지켜보느라 뜬 눈으로 보냈던 기억이 나요.
백혈구 (정상범위_4천~1만) : 242,360
중성구 (정상범위_백혈구 50~75%) : 24,240
혈색소 (정상범위_12~16g/dl) : 8.5
혈소판 (정상범위_15~45만) : 128,000
현재 워밍업으로 먹는 스테로이드 약은 써서 구토하는 아이들이 많다는데 다행히 미니미는 토하지않고 잘 먹어주면서 3일째부터는 열도 나지 않아 다행입니다.
다만 낯선 환경에 적응이 되지 않아 저 뿐 아니라 아이도 많이 힘들어 하고 있어요.
응급실에 온 당일까지도 그렇게 잘 먹고 잘 놀던 녀석이 뭔가 이상하다는것을 느꼈는지 기운이 하나도 없는채로 계속 울기만 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에 지켜보는 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너무 마음이 아파 지켜보기가 힘들어요.
피 뽑는다고 여기저기 찔러대느라 아프고 짜증날텐데도, 다행히 주사를 맞거나 채혈로 힘들어 하진 않아요.
덕분에 과정이 수월하기는 하지만, 그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속이 상했습니다.
차라리 울면서 하기 싫다고 했으면 제가 덜 속상했으려나요?
그건 그거대로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겠죠?
그래도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미니미를 많이 예뻐해주시고 자주 오셔서 말 걸어주시며 지켜봐주시니 아이가 입원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다행인거 같아요.
이 당시의 마음은 희망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을 때라 좋은 생각과 좋은 말을 담아내기가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결과를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희 미니미는 치료 잘 받고 건강해져서 당시에 찍은 저 사진 속 미소를 유지한 채로 벌써 11살이 되어 잘 지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