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공고 항암 시작.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율이 높다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임에도 불구하고 미니미는 1% 미만의 케이스로 골수이식이 필요하단 결과에 무너져 내린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다음날 다시 입원을 합니다.
이제 공고요법 항암치료가 시작되는 시기거든요.
퇴원을 하면 한참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이는 거라 손수 지은 맛있는 밥을 함께 먹으며 모두가 힘들었던 만큼 잠시나마 어루만져 주는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퇴원 후 첫 외래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슬픈 감정을 떨쳐내기가 힘들어 다시 입원하러 오기 전 이쁘니를 많이 안아주지도 못하고 오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엄마와 동생을 서울에 두고 아빠와 단둘이 집으로 가던 첫날, 며칠 만에 만난 엄마와 동생은 직접 볼 수 없고 유리창으로만 보던 날, 그마저도 머리카락 하나 없이 민머리에 주사 줄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는지 그 뒤로 불안과 심한 우울, 감정 기복으로 이쁘니는 어른들만큼이나 고통 속에 머물러 있었어요.
그런 녀석을 첫 입원 후 퇴원해서 오랜만에 만났더니 제 품으로 파고들며 소리도 못 내고 한참을 울던 이쁘니를 최대한 많이 안아주고 오겠다는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서울로 온 것이 가슴을 후벼팝니다.
그래도 지금 가장 힘든 건 미니미일테니 엄마로서의 힘든 마음은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넣고 아이에게 집중을 해요.
공고 요법 항암치료와 동시에 미니미의 골수이식을 위한 가족 일치 적합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저와 신랑, 이쁘니까지 혈액검사가 진행되기로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 것을 제일 먼저 내주고 싶지만, 부모는 맞을 확률이 5~6% 정도이고 형제는 한 명당 20% 정도의 확률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저의 골수가 일치한다면 얼마든지 아낌없이 미니미에게 필요한 만큼 다 내어줄 텐데 부모는 확률이 이렇게까지 낮다니... 이마저도 하늘은 제 편이 아닌가 봅니다.
이쁘니에게는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지만 형제간의 일치 적합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보아 우리 이쁘니 것이 맞아서 미니미에게 무사히 이식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주님이 공고 요법 5일 중 첫날 항암주사를 맞는 동안 신랑이 먼저 혈액검사를 진행하고 저와 교대하여 귀요미 곁을 지키고 그 사이 저는 이쁘니와 피검사를 한 뒤, 이대로 며칠 더 헤어져 있어야 할 아들이 안쓰럽고 속상해서 서울성모병원 지하 1층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서 음료수를 하나 사주고 30분가량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아들은 겁이 많고 엄살도 심한 편이라 아기 때부터 예방접종 하나 맞는 걸로도 난리가 나던 녀석인데, 동생을 위한 거라는 걸 미리 설명해 주었더니 7살 아이의 마음속에서도 자기가 해야 동생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나 봐요.
무서운 기색이 겉으로도 보여 감춰지지 않는데도 눈물을 꾹 참으며 팔도 안 움직이고 버텨주는 아들의 모습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당시 이쁘니의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아파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 나는걸까, 글을 적어내려가는 지금도 다시 눈물이 납니다.
우리의 이런 애닳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주나 걸린다고 합니다.
이 또한 시간과의 싸움인 거죠.
저희의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는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하게도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2주 뒤 결과를 확인합니다.